미국의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연구소의 ‘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돈과 재물에 대한 학생들의 성향과 가치관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소는 매년 25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해 왔다. 이 설문 조사 중 한 항목은 학생들에게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묻고 있다. 이에 대해 1967년에는 83%의 학생들이 ‘의미 있는 삶의 개발’이라고 대답했으나, 1984년에는 불과 47%의 학생들만이 이러한 대답을 했다. 이에 반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잘 사는 것’이 삶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대답한 학생들의 비율은 1967년의 43%에서 1984년에는 71%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서 돈을 비롯한 물질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대학생들 사이에 가치관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대학신입생들 대부분이 자기 부모를 비롯해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삶의 목적이 의미 있는 삶의 개발에서 돈으로 변하는 성향은 대학생들보다는 그들의 부모 세대인 기성세대들에게 훨씬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돈을 비롯한 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성향과 가치관의 변화는 비단 미국이라는 특정한 지역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부자 되세요’란 인사말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말은 한 카드사의 광고 카피이긴 하지만 이 말만큼 최근 우리 사회에 있어 돈에 대한 관심과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또한 돈에 대한 관심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살펴 볼 수 있다. 물론 부자가 되는 일을 비성경적인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부자가 되기 위해 여러 다양한 방법들을 배우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크리스천 재정관’에서는 부자가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권면하며, 예수님이 직접 가르치신 성경적 진리라는 사실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이 가지는 한계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 책들이 성공과 행복의 척도를 지나치게 인본주의적이고 세속화된 관점으로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돈의 소유와 그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많고 적음을 척도로 부자 아빠를 성공하고 유능한 아빠로, 가난한 아빠를 실패하고 무능한 아빠로 단정 짓는 일은 크게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것도 아니며 돈이 많은 아빠가 곧 좋은 아빠라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 돈이 가져다주는 행복 이상으로 돈이 초래하는 불행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 보면, 그리스도인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to have)에 두는 ‘소유형’의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답게 ‘존재하는 데’ 그 목적을 둔 ‘존재형’의 사람인 것이다. 바로 그러한 존재 양식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해 가는 사람이야말로 돈에 관한 하나님의 사명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성취해 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돈을 숭배하지도, 돈에 지배당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돈에 관한 잘못된 이원론(二元論), 예컨대 돈은 비성경적이고 악한 것이라느니, 혹은 가난이야말로 성경적 삶의 구현이라느니 하는 편협한 생각에 현혹되지 않는다. 돈에 인격을 부여하고 돈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돈에 자신은 물론 타인의 신앙과 삶과 인격까지 지배당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 완수를 위해 필요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존재형의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존재형의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은 물질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성경적 관점을 가지고 자신의 재정을 운용해 가야 할까? 크리스천 재정관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적 질문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새롭게 환기시켜 일상적 삶에서 실천할 수 있게끔 도와줄 것이다.

 앞으로 연재될 ‘크리스천 재정관’을 통해 재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어떻게 돈을 벌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 아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재정의 운용을 맡기신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분명히 깨닫고 실천하는 일이다.

이장석 목사(교회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