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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재발견

 지난주에 교회에서 개설한 상담학교 강의를 처음 들었다. 첫 강의는 가족 관계가 얼마나 자녀들의 인성 형성에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유익한 내용이었다. 좀더 일찍 이런 강의를 들었으면 이제는 대학생으로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을 잘 인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케 하는 강의였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가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가족은 내가 이 세상에 울음을 터트리고 태어나서 부모 아래서 양육 받으며 생활하다가 배우자를 만나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의 품속에서 이 세상을 떠난다. 이렇게 한 시도 떠나본 적이 없는 가족에 대해 너무 무지했고 무관심했음을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가족의 소중함을 가슴에 깊이 담고 가족을 사랑하는 한 마디 말이나 작은 행위라도 실천해보고자 다짐해본다.

 이런 강의를 마련해준 교회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가족에 대한 강의는 사회에서는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고 본다. 누구나 가족을 늘 접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에 관한 많은 책들도 있는 줄 알고 있지만 그런 책을 읽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교회는 가정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사실 이런 강의를 오래 전부터 운영해왔다. 단지 나처럼 성도들이 잘 참여하지 않은 게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첫 강의장에 갔더니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수강자들이 참석했다. 안타까운 일은 강의를 많이 들어야 할 남자 수강생들이 겨우 5%나 될까 말까 할 정도 적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무심코 습관대로 내뱉는 한 마디 말이 자녀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고, 아내와의 불화 관계가 아이들의 정신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아버지이자 남편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었다.

 가족은 주로 ‘사랑 공동체’로서 얘기되고 있지만 ‘경제 공동체’로서의 중요성도 간과될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조선 시대 이래 관직에 나가거나 학문하는 것을 귀히 여긴 전통을 가진 탓인지 경제 생산 단위로서의 가족에 대한 인식은 희박한 편이다.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되고, 자영업 혹은 가족기업이 적지 않은 오늘날, 우리의 가족 관계는 과거에 자신이 부모로부터 체험적으로 배웠던 대로 안이하게 대처하여서는 많은 문제와 갈등을 일으킬 게 뻔하다. 더욱이 요즘처럼 고용불안이 상시화 되고 있는 세상에 자식들을 내보내야 하는 부모로서는 어릴 때 적성과 능력을 개발해주고 장래 직업을 위한 진로를 발견해주는 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글로벌 경제나 국가 경제 혹은 기업 경제보다 오히려 가족의 경제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세기 후반기 50여 년의 서구사회를 살펴보면 가족 가치가 무너지면서 교회 출석 인구 감소도 함께 진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서유럽 사람들은 교회도 나가지도 않고 가족 관계도 단절한 채 외톨이로 전락돼 있다. 이러한 공허하고 연약해진 마음 틈새로 가부장적 이슬람교가 서서히 파고들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가족 관계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훌륭한 ‘효’ 문화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 특별히 한국 교회를 세계 선교 사명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뜻이 바로 우리 민족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 주목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상용(MBC 심의위원)

 

기사입력 : 2011.02.25. pm 16:0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