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이 해답이다.

꿈과 희망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영화
인생의 절망 속 하나님의 ‘사랑’ 찾아야

 강우석 감독의 작품은 빙빙 돌아가지 않는 연출로 유명합니다. 그의 영화들을 보는중엔 웃는 장면에서 웃으면 되고 슬픈 장면에서 울면 됩니다. 화려한 영상보다는 탄탄한 이야기 중심으로 영화를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처럼 스포츠영화일 때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인물중심의 전개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전작 ‘이끼’에서 백발 노인으로 열연했던 정재영이 사고뭉치 야구선수 ‘김상남’ 역을 맡았습니다. 작품을 찍을 때마다 팔색조의 변신을 시도하는 그가 ‘글러브’에서는 자신의 모습과 가장 닮은 캐릭터여서 연기하기가 편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웰컴투 동막골’에서 인민군 장교로 분장했을 때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명절 때면 귀성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평범한 서울태생 이라고 합니다.

 프로야구 투수 최다연승, 최다탈삼진, 3년 연속 MVP에 빛나던 김상남 선수가 음주폭행에 야구배트까지 휘둘러 징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절친 매니저의 손에 이끌리어 찾아간 곳이 ‘충주성심학교’. 그곳에는 그를 영웅처럼 생각하는 10명의 청각장애 야구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때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그가 시골 촌구석 그것도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아이들을 맡게된 것은 극심한 절망이었습니다.

 그러나 관심밖이던 아이들의 열정을 차츰 알아가게 되고 퇴물투수는 자신의 과거를 발견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죠. 결국 김상남은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봉황기고교야구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1승을 향한 장정에 돌입하게 됩니다. 상영중인 영화에 스포일러는 예의가 아니겠지만 저도 한 고집하므로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전면에는 ‘사랑’ 이 고고하게 흐릅니다. 감독은 희한하게도 영화제목에서 사랑을 찾아냈습니다.
‘GLOVE’(글러브)에서 앞 철자 ‘G’를 빼면 ‘LOVE’가 남습니다. 그러므로 ‘야구에는 사랑이 있다’고 말합니다. 야구방망이로 폭력을 행사한 후 수갑이 채워진채 경찰서에 누워있는 김상남에게 다가가는 매니저 철수(자칭 촬스)의 모든 행동에는 친구를 아끼는 사랑이 있습니다. 10명이라는 최소인원으로 1승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는 선생님 유선에게도 아이들을 향한 무한사랑이 있습니다. 나중에서야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낸 주인공에게도 분명 사랑이 있습니다. 러닝타임내내 그 사랑에 목이 메입니다. 최소한 감독은 그런 장치를 다섯군데 정도 비치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 도중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낯설지 않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절망적인 상황들을 늘어놓습니다. 주인공은 음주에 폭행에 성격까지 나쁘게 표현됩니다. 친구이자 매니저인 촬스는 백방으로 구원의 손길을 찾아보지만 도리어 뇌물공여 혐의로 철장신세를 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청각장애자 10명의 선수들은 타격소리를 들수 없어 공 낙하지점을 몰라 서로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또한 서로 싸인이 통하지 않아 수비며 공격이며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또한 학교는 야구부의 존립 자체에 위협을 가합니다.

 마치 우리 인생이야기 같습니다. 그러나 인생이 절망에서 끝난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영화는 중반부에서부터 색깔이 희망으로 바뀝니다. 그 희망의 깊은 속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김윤진과 박해일의 최근 개봉작 ‘심장이 뛴다’도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영화입니다. 가족간의 사랑을 강조한게 ‘심장이 뛴다’라면, 글러브는 좀더 확대한 사랑의 영역을 갖습니다. 사랑에는 4가지가 있습니다. 스톨케는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은 ‘필레오’, 에로스는 남녀간의 사랑입니다. 사랑중에 가장 백미는 역시 ‘아가페’ 즉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입니다. 외아들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셔서 십자가 위에 죽기까지 하나님의 사랑은 무한사랑입니다.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두로지방에서 나와 시돈을 지나고 데가볼리 지방을 통과하여 갈릴리 호수에 이르셨을 때 귀 먹고 말 더듬는자를 고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고쳐주시며 ‘에바다’를 외치시는데, ‘에바다’는 말은 ‘열리라’는 뜻이다. 열리는 것과 같이 사랑은 움직이는 동사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사랑은 움직입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통해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게 합니다. 봉중근 선수는 이 영화를 보고 “꿈을 갖고 도전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피가 끓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는 칸의 여왕 전도연의 평가도 빼놓을수 없구요. 여하튼 ‘글러브’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영화속의 인물들은 부지런히 자신을 희생합니다.  관객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말입니다. 하나님의 사랑도 그러합니다.

 영화의 OST도 애정 깊게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케이블방송에서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화제를 모았던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을 아실 것입니다. 국민적 스타가 된 허각과 존 박이 듀엣으로 주제가를 불렀는데 감미롭고 따뜻한 멜로디와 가사가 영화를 한층 완성도 높게 해주고 있습니다.

 사뭇 진지해지면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영화 중간중간 웃음코드가 있는건 다행입니다. 러브액추얼리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나 실미도를 연상케 하는 선수들의 훈련장면이 그것입니다. 조연들의 넉넉한 감초연기도 빼놓을수 없구요.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본다면 더욱 좋습니다. 

칼럼리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