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의 위력은 대단했다. ‘울지마 톤즈’는 내전 중인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에서 의료 선교를 하다가 숨진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고난의 길을 스스로 선택해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주고 돌보아주며 손수 벽돌을 찍어 학교를 세웠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자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이 그로 하여금 가난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열정으로 타오르게 한 것이다.

 그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의사가 없는 톤즈엔 영혼의 치유에 앞서 병든 육신의 치유가 절실했다. 말라리아를 비롯 각종 병으로 신음하던 사람들이 맨발로 수백리 길을 걸어 그를 찾아왔다. 하루에 200∼300명을 치료했으니 자신의 건강을 돌볼 겨를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의대를 졸업한 것은 톤즈의 신음 소리를 들으신 하나님이 미리 준비시키신 것처럼 보였다.

 이태석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하고 병든 톤즈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주님이 계신 천성을 향해 떠났다. 마음이 메말라버려 좀처럼 울지 않는 톤즈 사람들이 그의 죽음 앞에 슬픔으로 몸부림치는 것을 보며 사랑의 위대한 힘을 느꼈다.

 한 사람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을 통해 톤즈 사람들은 톤즈 땅에 오신 예수님을 만났고 영화를 본 수많은 세상 사람들도 그 심령 가운데 예수님의 사랑을 만났다. 전도는 말이 아니라 삶의 향기가 변화시키는 역사인 것이다.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인생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는 전도서의 말씀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종착역이 빠르게 달려오니 세상에 마음을 두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을 살면서 내일이 한없이 지속되리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지금 세상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본질을 왜곡하는 사회풍조로 만연해있고, 죽을 땐 동전 한 닢 가져가지 못하건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짓밟으며 부를 쌓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이 영원하고 자신의 삶만은 장구할 것이라는 허망한 믿음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다수인 이 세상에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은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말로만 사랑했던가. 야고보서는 행위가 따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했다.

 인생을 가치 있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故 이태석 신부는 가르쳐주고 떠났다. 그것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이다. 살아 온 날들을 조용히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들이 참 많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수많은 톤즈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