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결혼 10년차에 들어선 저희 부부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랍니다. 일 년에 두어 번 해외 출장을 제외하고는 365일이면 330일 이상을 늘 한 이불 덮고 눈을 붙였는데 세월도 무심하지 어쩜 제 속을 이리도 몰라줄까 야속한 생각이 들 때가 점점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하루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시작한 가벼운 말다툼 끝에 결국 마음이 완전히 상해버렸습니다. 늦은 밤, 토끼같이 빨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엄마가 이기나, 우리 아빠가 이기나 고개를 양쪽으로 돌려가며 구경하는 두 아이들 때문에 말다툼은 1차전에서 종결해야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아이들을 빨리 재우고 다시 시작할 요량이었지요. 아이들에게 이불을 끌어올려주며 찬송가를 불러 주었습니다. 1만 번 부르면 내적, 외적 상함이 모두 치유된다는 새 찬송가 252장 ‘나의 죄를 씻기는’. 평소에는 세 번만 반복해서 부르면 열이면 열, 쿨쿨 깊은 잠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이런! 아까보다 더 동그란 눈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에휴, 애들 때문에 부부 싸움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드네’ 제 풀에 지쳐 2차전을 포기하고 두 아이들의 쌔근거리는 숨소리만 가득한 작은 방에서 공명처럼 울리는 찬양을 이어 부릅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이것뿐이에요. 사랑한다, 여정아. 내가 너를 잘 아노라. 사랑한다, 내 딸아. 네게 축복 더하노라”
평소에도 즐겨 부르던 찬양이 그 날 따라 왜 그렇게 서러운지요. “내가 너를 잘 아노라” 라는 대목에서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맺힐 즈음, 큰 아들이 키득키득 대며 정적을 깹니다.
“야, 동생! 들었어? 여정이래. 엄마가 자기 입으로 여정이고, 딸이래. 엄마가 엄마지, 어떻게 딸이야?”
그런데 그때 하나님의 음성이 고요하게 들립니다.
“언제나 내게는 어린 딸 여정아! 아내 노릇, 엄마 노릇하느라 힘들지? 그래, 내가 너를 잘 안단다. 널 가장 잘 아는 이는 네 남편도, 아들도 아니고 바로 나란다. 그들이 어떻게 네 마음을 잘 알 수가 있겠니.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무리한 요구를, 그리고 기대도 하지 마렴. 대신 네 옆에는 내가 있잖니. 딸아, 내 말 알겠지?”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