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 대한 기사는 부고 기사 빼놓고는 무조건 좋아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망각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비판의 대상으로라도 기억되는 것이 낫다는 뜻이겠지요. 연예인이나 방송인의 속성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주목받기의 전쟁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비슷비슷한 부류의 연예인들이 등장해 경쟁하듯 말하기 경연을 펼칩니다. 화려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남들보다 돋보이려는 노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은밀한 사생활부터 민망했던 경험까지 거리낌 없이 공개합니다. 심지어 출연자들끼리 서로 면박주고, 비난하고, 때때로 말을 가로채거나 끼어들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가히 말하기의 전쟁터와 같습니다.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서 ‘말의 전쟁’과 그로 인한 상처까지도 기꺼이 감수합니다.

 문제는 너도나도 말하기에만 경쟁하듯 몰두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매우 적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말에 대해서 건성건성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언제쯤 자신이 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순간을 호시탐탐 노리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듣는 사람은 적은 상황이 일상적으로 반복됩니다. 외형은 대화이지만 실제로는 대화가 아니라 말의 전쟁이 펼쳐집니다.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에 버금가는 관심을 끄는 인물을 가리켜 네티즌들이 지어준 별칭입니다. 이들은 비록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때로는 말이 거의 없어도 ‘미친 존재감’을 뽐냅니다.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더 큰 장점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특별한 영양가도 없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인내심 있게 들어주면서,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곧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대부분 예수를 신실하게 믿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잘난 척하며 나서기보다는 겸손하게 남을 높이는 것이 체질화된 사람들입니다. 성경 묵상과 기도를 통해 ‘듣는 지혜’를 터득한 사람들입니다. 함께 있으면 편하고 위로가 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존재는 하나님입니다. 떼쓰고 억지를 부리더라도 내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안한 마음으로 우리의 필요를 아뢰고, 지혜를 구하고, 용기를 구할 수 있습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