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연 네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가? 그들에게 그런 힘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누군가 너를 나쁘게 말하거나 큰 소리로 욕을 했다고 해서, 만일 네가 그것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너 자신이 그것을 모욕적인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를 자극할 때 이것을 기억하라. 모든 것은 너를 자극하는 그 일에 대해 네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가에 달려 있다고. 단지 외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 때문에 너의 감정에 불을 붙이고 습관처럼 그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지 말라”
 -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삶의 기술> 중에서 발췌 -

　저, 얼마 전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 푹 패인 그 상처에 소독약을 뿌리고,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느라 더 아팠습니다. 그래도 밴드 하나 붙여놓으니 상처가 감쪽같이 가려진 듯 해 처음에는 좋더군요. 하지만 어느새 단단히 붙여놓았던 밴드가 너덜거리더니 결국 흥건하게 피 묻은 상처가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제야 전 상처를 부여잡고 울먹입니다.

 “하나님, 저 아파요. 육신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약도 없네요. 피가 철철 흐르는데 응급처치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때 하나님, 제게 가르쳐주셨지요. 타인에게 함부로 상처주지 않을 의무와 타인에게 함부로 상처받지 않을 내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요. 평소 남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배려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많이 생각했지만, 반대로 타인에게 제 자신이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훈련이 부족했음을 깨닫습니다. 누군가가 이유 없이 독기를 품고 칼을 들이댈 때 먼저 몸을 피하고 경찰에 신고하듯이, 타인이 내 영혼에 생채기를 내려고 할 때 마음을 단도리하고 하나님께 신고했어야 하는데… 어쩌면 전 기꺼이 상처를 자초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저를 보며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며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으셨지요.

 “왜냐하면 넌 나의 존귀한 딸이니까.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니까…”

　그 뒤로는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을 것 같으면 스스로 되뇌입니다.

 “지금이야,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행사해야 할 때!”라고요. 아,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이렇게 신통한 의사되신 하나님이 계신데 전 왜 약이 없고, 치료법도 없다고 단정 지었을까요. 하나님을 잠시 동안 과소평가했던 데 한없이 죄송한 마음에 괜스레 그분께 여쭙니다.

 “그런데 하나님, 치료비는 얼마인가요?”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