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재난과 사건븡사고로 고통스러웠던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는 길목에서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온갖 험한 모습들을 인내하며 지켜보느라 피곤에 지쳤던 눈이 오랜만에 호강을 했습니다. 집안에서, 사무실에서, 아니면 창 넓은 카페에서 여유롭게 눈을 내다보는 사람들에게 눈은 휴식이자 즐거움입니다.
그러나 잠시의 즐거움 뒤에는 어김없이 긴 불편과 혼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경미화원, 운전기사, 농민, 경찰, 공무원, 군인 등 생각해보면 눈이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기쁨이 누군가에겐 고통일 수도 있습니다. 날씨는 의외로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셈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배려의 마음입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마치 날씨처럼 개인의 의지와 선택과는 무관하게 이뤄짐을 봅니다. 부모의 권력, 재산, 건강, 재능, 명예 등이 현실적으로 기득권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천적 혜택이 적거나 거의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공정해 보이는 관행입니다. 편법으로 병역을 면제받기도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도 하고, 세금을 덜 내기도 하고, 돈을 많이 벌기도 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관행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손해 보는 것은 참지 못하지만 이익을 볼 때는 내심 모른 채 하는 것이 간사하고도 탐욕스런 인간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불공정한 사회의 희생자 겸 가해자가 아닐까요?
인간의 입장에서 불공정한 일들이 만연하는 근본 원인은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에 있습니다. 죄가 들어온 이후 인류 사회는 온전히 공정한 때가 없었습니다. 탐욕이 지배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가해자 겸 피해자가 되면서 불공정 관행을 심화시켜왔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정치와 경제, 사회와 제도 등 우리 삶을 규정하는 모든 조건들이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리석고 탐욕스런 인류가 그것을 외면했을 뿐입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남들보다 무엇이든 더 가진 사람들의 연민과 양보, 그리고 희생의 미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높아지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부터 낮아져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만 실천한다면 ‘불공정’ 논란이 생겨날 리 없습니다. 구원받은 사람들부터 불공정한 사회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투쟁하기 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사랑으로 양보하고 베풀고 나눠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인류 사회는 조금씩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불공정한 관행이 조금이라도 공정하게 바뀌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신하 기자(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