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는 태중 시기 경험으로 평안 찾을 수 있어 

 아기의 심신이 자라나는 어머니 뱃속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그곳에는 빛도 없고 물로 가득 차 있으며 또한 제한된 공간이라 태아가 몸을 움직이기라고 하려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양수막을 이러 저리 밀어 늘려야 한다. 어머니가 소화시키는 소리, 호흡하는 소리, 심장 뛰는 소리 등이 뒤섞여 아기는 백색소음(white noise)이라고 하는 특정한 소리를 24시간 들어야 한다. 엄마와 아기 사이는 탯줄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기는 이를 통해 필요한 영양과 산소를 어머니를 통해 공급받게 된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편안할까? 먹는 즐거움도 없고 보는 즐거움도 없으며 늘 자리가 비좁아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매일 들리는 소음까지 있다. 그러나 뱃속 아기의 표정은 편안하다. 심지어 우리는 살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뱃속 아기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하기도 한다. 자기 몸을 감싼 채 웅크리고 앉아 있거나 몸을 흔드는 행위는 자기 마음을 추스르는 주요 방법들 중 하나이다. 우리가 안락의자라고 말하는 흔들의자를 보면 몸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바닥 면이 휘어져 있다. 안락의자는 주로 혼자 있을 때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앉게 되고 그곳에서 몸을 앞뒤로 흔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이완되고 스르륵 잠이 들어 버리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이완시키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신의 몸을 만지거나 흔드는 것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머리나 몸을 극적이고 초조할 때는 손이나 다리를 흔들거나 문지르기도 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와 같이 행동하는 이유는 이것이 어머니 뱃속의 경험을 재경험시키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양수가 태아의 몸을 이러 저리 가르고 지나가며 터치해 주듯 사람들은 스트레스 받을 때 자기 몸을 만져준다. 태아가 양수 속을 둥둥 떠다니듯 사람들은 자기 몸을 일정하게 조용하고 주의 깊게 움직일 때 보다 쉽게 안정을 되찾는다.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이들은 그때그때 자신의 스트레스를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결되지 않은 스트레스는 매일매일 쌓여가고 결국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할 때 폭발해 버리고 만다. 스트레스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을 주기 쉽다.

 자신의 스트레스 대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의 항목을 체크해 보자. 5개 이상 체크가 된다면 스트레스 해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나를 실망시키는 일을 할 때, 나는 퉁명스럽고 고집스러워진다.
 □ 나는 나의 생각을 피력할 때,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 상대가 어떤 문제로 나를 공격할 때, 나는 항변할 준비를 한다.
 □ 어떤 일이 잘못 진행될 때, 나는 너무 날카롭게 그 문제에 몰두한
       나머지 상대의 감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 가족들과 자주 말다툼한 경험이 있다.
 □ 나는 말다툼을 할 때, 반복해서 나의 의견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 상대가 분명히 잘못을 했다고 생각될 때, 그의 잘못을 반드시 지적한다.
 □ 나는 고집이 세다는 평판을 듣는다.
 □ 나는 상대가 원하지 않을 때 조차도 멋대로 충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를 조율하기 위해 생각을 바꾸어 보거나 나를 화나게 하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이번에는 태중 시기를 다시 경험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평안하게 하는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조명을 너무 밝게 하지 않는다. 태중 시기에는 빛이 없었다. 사람들이 화나면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눕곤 한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평안을 찾는데 효과가 있다. 내가 있는 곳이 모두 밝거나 얼굴을 가리거나 덮을 것이 없다면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도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둘째, 자신의 손이나 발 등을 주물러준다. 자신의 몸을 주무르거나 문지르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데 놀라운 효과가 있다. 우리가 중요한 시험을 앞두거나 사람들 앞에서 공연이나 연주를 시작하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근육을 풀고 몸을 마사지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행위를 통해 긴장과 스트레스가 감소되는 효과를 얻는다. 접촉경험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자기 위로를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자가 터치를 하는 것을 권한다. 셋째, 자장가와 같은 어린 시절 즐겨 듣던 음악을 듣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나게 하거나 연상하도록 돕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어린 시절 좋지 않은 경험으로 인해 특정음악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음악은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다른 일반 음악은 대부분 어린 시절을 연상하게 할 때 마음의 평안을 주게 된다. 넷째, 몸을 따뜻하게 한다. 화가 날 때 사우나를 하거나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있으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듯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좋은 자기 위로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한다. 치킨 수프는 서양 사람들이 몸이 좋지 않을 때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들에게는 치킨 수프라는 단어만으로도 양육 받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어떠한 음식이 따뜻한 양육을 느끼게 하는지 생각해 보자.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격해진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안을 다시 찾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자기위로에 대해 알아보자
#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여성

① 종이와 연필을 나누어 갖도록 한다.
② 주어진 종이 위에 연필로 사람 한명을 그리도록 한다. 이 사람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고 성별은 여성이다.
③ 모두 그림을 그렸으면 이 여성의 나이, 미혼인지 기혼인지, 자녀는 있는지, 직장여성인지 가정주부인지 표시해 보도록 한다. 
④ 활동을 함께 할 다른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도 함께 나누어 보도록 한다.
⑤ 본 활동을 통해서는 나의 어머니상을 살펴볼 수 있다. 실재하는 어머니를 그릴 수도 있지만 내가 동경하는 어머니를 표시할 수도 있다. 각자 그린 그림이 나의 결핍을 표시하는지 욕구를 표시하는지 이야기 나누어 본다.
⑥ 각자 그린 그림이 나의 결핍을 표시하는지 욕구를 표시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 본다면 자신이 마음의 어려움을 경험할 때 어떻게 자기위로를 해야 하는지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수정(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정연문(joyful_y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