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경제를 보면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 보인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의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유럽도 그리스의 재정 파탄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의 금융위기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고, 프랑스와 영국이 나라 빚 때문에 긴축예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아시아 개발국가들은 아직 절대적인 생활수준이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과거 가난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좀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선진국의 어려움은 뭐니뭐니 해도 도덕윤리의 해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선진국 국민 개개인은 좀 잘 살게 되자 일하고 버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이 소비했다. 빚을 얻어 집을 사고 주가 상승에 현혹되었다. 각국 정부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선심적인 복지에 예산을 펑펑 썼다. 선진국 금융은 파생상품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돈놀이에 열중했다.

 선진국들이 흥청망청 소비하는 사이에 아시아 국가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여 다소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도덕윤리의 타락 속도가 선진국이 그랬던 것보다 너무 빠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한국이 유독 심한 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물질주의 사조, 과도한 음주문화 풍조, 도를 넘은 경쟁의식과 갈등 표출, 질서와 규율에 대한 경시, 직업 소명과 공공의식의 미약, 인간관계와 결혼 존중의식의 실종, 세계최고 수준의 자살률 등 한국의 도덕윤리 수준은 매우 중병 수준일 뿐만 아니라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선진국이 되자마자 추락하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

 일전에 어떤 분이 한국인의 도덕적 해이를 개탄하면서 그 원인의 한 가운데 종교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반 사람들은 믿는 사람들의 비도덕적 행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종교인들도 저런데’라며 핑계를 대고 죄책감 없이 자신들의 나쁜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들을 들라하면 세계화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화는 국가간, 기업간, 개인간의 경쟁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시키면서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간의 장벽을 다시 높이 쌓을 수도 없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계화의 문제점은 경제적 방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이 그토록 바라는 선진국이 물질적인 풍요만인가. 그런 것이라면 지금 선진국이 겪고 있는 것처럼 도덕적 해이로 인해 얼마 못가 추락하고 말 수 있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만족한다고 해서 사회와 가정이 병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국의 선진국 모델은 교회를 떠났던 유럽을 따를 것이 아니요, 탐욕과 사기로 점철된 뉴욕 월가의 금융 자본주의를 맹종할 것도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용(MBC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