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사건이 마침내 터진 그날, 아이는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고 저는 어떻게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려는 통에 참 많이 불편했습니다.

 “엄마, 북한이 우리를 먼저 쐈고, 그래서 우리도 화가 나서 쐈어?” “북한은 몇 발, 우리는 몇 발 쐈어?” “우리가 쏜 총을 북한 사람도 맞아서 죽었대?” 요즘 놀이터에서 남자 아이들은 한창 남한과 북한으로 패를 나눠 총싸움 벌이는 데 한창입니다. 이제 겨우 일곱 살인 아이. 세상은 평화와 용서로 가득 차 있다고, 그렇기에 늘 손해보고 사는 사람이 나중에 승자가 되는 거라고 가르쳐왔는데 그 아이는 지금 어른들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현실을 두 눈으로, 두 귀로 보고 들으며 이미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을 가슴으로 치루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하니 우왕좌왕하는 건 어느 정도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는 나라입니다. 그렇기에 선교 강국의 위기 대처법은 뭔가 다르다는 걸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때입니다.

 교계를 통합한 거국적인 대국민 기도회도 좋고, 집집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작은 가정 예배, 삼삼오오 뜻이 맞는 가정이 모여 동네 예배를 드리는 건 어떨까요. 하나님의 방법대로 이 사건이 결론짓게 되길 아이들의 작은 입으로 빌게 하는 겁니다.

　참! 그날 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그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하얀 스케치북에는 미사일을 단 비행기가 날아 다니고 공중으로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그림, 그리고 한쪽에는 이제 막 까막눈을 뗀 아이의 삐뚤빼뚤한 글씨도 보였습니다. ‘북한이 먼저 그래서 우리도 그랬습니다’라는. 두 눈을 꼭 감은 아이를 보며 차마 좋은 꿈꾸라는 말 한 마디 할 수 없는 밤이었습니다.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