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10년 동안 잘 나가는 패션 MD로 일하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전업주부 노릇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림 같은 소도시에 예쁜 집 한 채를 짓고 오후 4시면 ‘칼 퇴근’ 하는 남편과 공원을 거닐며…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에 비하면 그곳은 천국처럼 모든 게 평화로웠답니다. 그런데 어느 주일 저녁, 문득 아이의 빨래를 개고 남편의 저녁 식사를 차리는데 “바로 지금이야!”라는 소리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결국 친구는 한 달 작정 기도를 시작했고 얼마 전 한국 땅에서는 기회가 열리지 않아 이루지 못한 의사의 꿈을 이국땅에서 펼쳐 보겠노라고 결론을 냈답니다. 노인이 많은 도시라 의료 전문가를 많이 필요로 하고, 의사가 되면 동양인일 지라도 의료 선교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어린 자녀 얼굴 한번 제대로 못보고, 도서관에 박혀있다고 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꿈이 있는 자를 사랑하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꿈을 꿔야 합니다. 하지만 꿈과 야망은 분명 다릅니다. 꿈은 자고로 꿔야 제 맛이지만, 개꿈은 안 꾸느니만 못하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온통 ‘성공’ ‘성공’을 외쳐대는 세상 속에 살면서 꿈을 달라는 기도와 함께 꿈이 주는 미혹함에 빠져 야망을 품지 않기를 동시에 구해야 합니다. 친구의 꿈이 비전인지 야망인지 저는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실 겁니다. 앞으로 하나님은 몇 번의 고난을 통해 꿈과 야망을 분별할 수 있게 역사하실 겁니다. 고난을 모두 잘 통과하면 그 꿈은 진정한 하나님의 비전이지만, 고난 가운데 꿈이 퇴색되면 그건 한낱 야망이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달력이 한 장 채 남지 않은 지금, 연초에 세운 꿈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뤄지지 않았다고 속상해한 그 꿈, 혹 하나님이 주시는 고난 가운데 야망으로 판명돼 내 삶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간 것은 아닐런지요. 그렇다면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자학할 것 없습니다. 오히려 미련 없이 털어버리고 다시 성령님이 주시는 새 꿈을 꿀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열렸음에 감사할 일입니다. 높새 바람결에 흩날리는 단풍잎 하나 바라보며 오늘, 하나님께 물어보세요. 하나님! 제 꿈은 저 낙엽처럼 털어내야 하는 야망입니까, 여전히 단단하게 품고 있어야 하는 비전입니까? 저는 꿈쟁이입니까, 야심가입니까?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