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이용하던 중, 사람을 치어 사고를 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망가는 경우의 법률문제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특가법 제5조의 3에 정한 특가법위반(도주차량)죄가 성립하려면,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 궤도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업무상 과실 등으로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를 입힌 자에 대한 처벌)를 저지르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이어야 합니다(자전거, 경운기 운전자 및 사고동승자 등은 제외됨).

 물론, 사고를 내고 도주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사고를 낸 데 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에는 특가법위반(도주차량)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법원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평가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사상의 결과에 관하여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하였더라면 쉽게 사고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피해자의 사상의 결과를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대법원99도5023판결).

 구호 등의 조치의무 위반에 관하여 보면, ①사고 후 즉시 정차 ②사상자 구호 : 가족, 동승자 등으로 하여금 구호하도록 해도 됨 ③그 밖의 필요한 조치 :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시키는 조치, 교통질서의 회복 및 안전확보를 위한 조치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특히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구호 등의 조치 필요 여부를 판정합니다.

 도주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①피해자인양 행세하며 현장을 떠나 피해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병원에 후송하면서 간호사에게 목격자인 양 행세하고, 말없이 사라졌다가 4시간 후 경찰서에 출두한 경우, 5살 여아를 충격하여 어깨 부위에 멍이 들고 무릎이 긁힌 상처로 약간 피가 나는 등 상해를 입고 피해자가 겁에 질려 사고 장소 부근의 집으로 뛰어가는 것을 뒤쫓아 가 그 집 전화번호만 확인하고 자신의 연락처는 안 알린 채 현장을 떠난 경우, 어린 아기가 괜찮다고 하여 그냥 가버린 경우 등은 도주에 해당합니다. 반면, 피해자의 일행이 피해자를 후송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현장을 떠난 경우,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여 치료를 받게 하고 병원에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 준 경우 등은 도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인명사고를 냈을 경우에는 도주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즉시 귀한 생명인 피해자로 하여금 병원의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고운전자의 신분을 명백히 밝히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입니다.

조동현 변호사 (종합법률사무소 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