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별에 맞는 기능을 익히는 과정은 
정체성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중요한 교육적 과제

 청소년기의 가장 큰 발달과제는 성 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이해하고 개발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의 삶 가운데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아동기 성 변별은 치마나 바지와 같은 의상, 머리핀이나 가방 등 악세사리 및 신발을 통해 일어난다. 쉽게 말해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며 머리 모양을 보며 이 아이가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구분한다. 요즘은 남자들도 분홍색과 같은 여성색을 많이 선택하면서 색을 통해 성을 분별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남자아이가 보라색 우산이라도 들고 등교한다면 학교에서 하루 종일 질문과 놀림에 시달려야 했을 정도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구분선이 분명했다.

 청소년기는 이와 조금 달라서 주로 목소리와 행동, 신체특성 등을 통해 성별상의 특성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것을 여자 아이답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적극적이고 관계적일 때 남자 아이답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이 크거나 목소리가 큰 여자 청소년을 보면 어른들은 “여자 아이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남자 청소년이 수줍음을 타고 행동을 머뭇거리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남자 아이들은 몸이 왜소해서 걱정이라면 여자 아이들은 키가 크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등 몸이 크다고 걱정을 한다.

 이렇듯 남성성 여성성을 잘못 발달시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놀림과 수치를 당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이성에 관심이 생기고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외모에 신경을 쓰지만 남자들은 남자답게 보이기 위해 여자들은 여자답게 꾸미기 위해 외모와 행동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옷을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입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노력으로 될 수 있다. 문제는 신체조건이 ‘남자’답거나 ‘여자’답지 못했을 때이다. 떡 벌어진 어깨의 여학생 또는 유독 키가 작은 남학생은 자신의 모습에서 사회가 가르쳐준 남성성 여성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실제 자신 안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발견하고 성장시키기 보다는 외면에서 풍기는 인상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위축되기 쉽다. 아직 정신적 영역에서도 발달의 미성숙한 면을 보이는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단순한 이유로 자신을 낮게 평가할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맺지 못하곤 한다.

 그럼 무엇으로 남성성 여성성을 발달시키는 것이 좋을까. 그것은 아마도 기능과 역할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요즘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기능 구분도 점점 모호해져서 특별히 여자가 하는 일 남자가 하는 일 구분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일에는 남성이, 섬세함과 꼼꼼함이 필요한 곳에는 여성이 있다. 이러한 역할구분을 보면 대체로 여성보다 남성이 힘이 셀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음식의 간을 맞추거나 아이를 양육하는 등의 역할에선 여성들이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군인이나 경찰 또는 비행기 조종사 심지어 우주 비행사의 영역에서도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고 요리사, 미용사, 의상 디자인 등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역에서 활약하는 남성들도 많다. 그러나 성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청소년기에는 여성성 남성성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 각 성별의 고유 특성을 잘 이해하고 내 안의 필요한 성별 특성을 발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난 이런 거 못해”라고 하면서 익숙한 기능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별에 맞는 기능을 익히는 과정은 정체성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매우 중요한 교육적 과제라고 본다. 몸이 왜소한 남자 아이라면 체력을 관리하는 데 더욱 신경 씀으로써 몸은 작지만 자신 안의 힘을 경험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덜렁거리는 행동에 몸도 마음도 뻣뻣한 여자 아이라면 다양한 문화영역 즉 음식, 의복, 음악, 미술 등의 영역을 체험하고 참여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가운데 자신 안의 여성성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이 모호한 사회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은 심각한 성 정체감 혼란을 보이기 쉽고 이것은 동성애나 독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여자 남자가 어디 있어요”라고 구시대적 발상이라 여길 수 있는 성역할에 대해 시대가 바뀌어도 아이는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고 어머니의 젖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여성의 기능이 있고 그렇다면 그러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가정경영의 일차적 책임은 남성인 아버지가 지는 것이 일반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성별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매력 있고 ‘나답다’는 인식으로 발전해 나갈 때 우리의 정신세계는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이성을 단순한 호기심이나 욕구충족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1 전신 그리기
준비물: 전지, 크레파스 또는 색연필
① 벽에 아이의 키 높이로 전지를 붙인다.
② 한사람을 선택하여 종이가 붙여진 벽 위에 기대어 서게 한다.
③ 아이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종이 위에 서 있도록 한다.
④ 다른 아이 두 명에게 크레파스를 나누어 주고 한 사람은 왼쪽을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을 맡아 전지 위에 친구의 모습을 그려보도록 한다. 그림은 상체만 그리도록 한다.
⑤ 아웃라인이 완성되고 나면 다른 친구들에게 눈, 코, 입과 머리 모양 그리고 옷 등 그림 속의 친구를 더욱 자세히 표현해 보도록 격려한다.
⑥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다른 친구의 모습도 그려 보도록 한다.

#2 한사람 그려보기
준비물: 연필, 지우개, A4용지
① 각 사람에게 A4 용지와 연필을 나누어 준다.
② 종이를 세로로 놓고 종이 위에 사람 한명을 그려보도록 한다. 졸라맨이나 캔디처럼 만화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또한 머리만 그리는 아이가 있으면 몸도 표현해 보도록 격려한다.
③ 사람 그림이 완성되면 뒷장으로 넘겨서 반대 성별의 사람을 그려 보도록 한다. 처음에 남자를 그렸으면 여자를, 여자를 그렸으면 남자를 그리는 것이다.
④ 이제 앞 뒷면의 그림을 비교해 보며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앞면에 적어보도록 한다. 속눈썹, 립스틱, 하이힐, 치마, 둥근 엉덩이, 긴 머리, 악세사리 등은 여자를 표현하기 위해 흔히 사용된다. 반면, 모자, 벨트, 구두, 각진 어깨, 짧은 머리 등은 남자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된다.
⑤ 다른 친구들이 그린 남자 그림과 여자 그림을 보며 무엇이 다른지 살펴본다. 내가 남성성 또는 여성성을 표현하는데 빠뜨린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도록 한다.

글: 김수정(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정연문(joyful_y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