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크고 작은 소리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을 종종 겪습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면 세상은 소음들의 천국입니다. 원하지도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으며 궁금하지도 않은 소리들이 가득합니다. 시멘트 보도를 울리는 또각또각 구두소리, 횡단보도를 빨리 지나가라고 보채는 자동차 경적소리,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로 웅변하듯 이야기하는 사람들, 옆 사람 이어폰 사이로 흘러나오는 정체모를 음악, 게다가 통근버스에 설치된 TV 또는 라디오 방송 출연자들의 과장된 웃음소리까지 합쳐지면 아침부터 정신이 아득해지곤 합니다.

 일터에서도 하루 종일 소리와의 전쟁입니다. 업무 때문에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다든가, 회의하면서 높은 소리로 논쟁을 벌인다든가 하는 일은 나름대로 익숙해졌고 또 양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일터인지 놀이터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여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가면서 하이힐 소리를 요란하게 낸다든가 제집 안방에서처럼 요란하게 웃어대는 상황은 시간이 아무리 가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볼펜 또각대는 소리는 또 얼마나 신경을 자극하는지요. 식당은 또 얼마나 요란스럽습니까? 언뜻 들으면 싸움이 난 것처럼 테이블마다 경쟁하듯 목청을 돋우고 대화를 나눕니다. 세상은 듣고 싶지도 않은 소리를 들어달라고 보채대는 소음들의 전쟁터와 같습니다.

 가장 큰 소음은 아마도 이른바 지도층 또는 기득권 인사들이 ‘사고를 친 뒤’ 만들어내는 변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정치인들의 말도 또다른 소음입니다. 물론 가장 끔찍한 소음은 편법을 부추기고 이기심을 부추기고 탐욕을 부추기는 사람들의 유혹과 속삭임입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소음으로 느낀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삶의 치열함에서 만들어지는 소리는 그 자체로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골목길의 소형 트럭 상인이나 노점상 등이 생업 때문에 만들어내는 소리에는 삶의 치열함이 묻어 있습니다. 사고 현장으로 급히 달려가는 119구조대 차량, 불끄러 가는 소방차량, 그리고 범죄현장으로 달려가는 경찰 순찰차량 등이 만들어내는 요란한 경적에서는 헌신하는 사람들의 귀한 땀방울이 느껴집니다. 자신이 속한 회사, 조직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자신의 노력으로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서는 소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 같은 소리가 느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복음입니다. 주일날 예배당에 앉아서 함께 부르고 듣는 찬송가와 성경 구절, 목사님의 설교 말씀은 일주일동안 온갖 소음으로 시달렸던 귀를 정화시켜주고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또 다른 한 주일을 살아갈 힘을 줍니다. 힘들고 어렵고 지칠 때마다 다시 일어날 용기와 지혜를 주는 것이 복음입니다. 복음은 소음을 이기는 힘이 있습니다. 성경 말씀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 소음에 굴복하지 않게 됩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