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도 봉사하는 단체와 인물이 많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는 봉사는 목적과 뜻이 분명하다. 특별히 자신의 달란트를 통해서 척박한 해외 오지에서 헌신하는 성도들은 모범이 된다. 가족신문은 그러한 전문직 봉사자들의 이야기들을 연재한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룬 그들을 보고 들으며 동참하는 일은 큰 기쁨이다. [편집자 註]

“끝까지 한사람이라도 진료합니다”

1988년 이스라엘성회부터 의료봉사
오지, 국외 의료선교 노하우 쌓아
한해 2∼3번 해외 봉사 항상 OK

 제가 교회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한지도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올해 나이 79세이지만 의사로서 여전히 현역에 몸 담으며 자비량으로 선교현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1988년도 조용기 목사님의 이스라엘 성회 때부터 해마다 2∼3군데 많을 때는 4번 이상 선교지를 방문해 저의 의술을 나누었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증상을 물어야 하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사투리까지 쓰는 곳이면두세 명의 통역을 거쳐 묻고 답하기도 예사입니다.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손짓발짓까지 동원해 열심히 통역해 주시는 선교사님과 교민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의 진료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과전문의이면서 공무원 신분으로 70여년 간 농협과 대한결핵협회 등에서 일했습니다. 농협에 근무할 때 산간 오지의 무의촌을 다니며 순회진료를 4년 동안 했는데 그때 꼭 필요한 장비와 약품을 챙겨 이동하면서 진료하는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또 70년대 말에는 우리나라에서 파견한 기능공들을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에 1년, 미얀마에 3년을 다녀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에 의료선교를 할 때도 자양분이 됐습니다.
 아무래도 첫 봉사였던 1988년 이스라엘 성회가 가장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우리 교인들도 2000명이상 참석하는 성회라 이들의 안전과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저는 간호사 두명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조용기 목사님의 해외 성회 때 병든 사람이 고침 받는 기적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목발에 의지해 간신히 서있던 사람이 목발을 집어 던지고 걷는 모습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료는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돌아오는 기내에서 젊은 여학생이 쓰러졌는데 응급조치 해서 다행히 학생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항공사로부터 상도 받고 의사로서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 다음해부터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의료선교 현장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다행히 스케줄 조정이 다른 사람들보다 쉬운 편이고 직장의 배려도 있어 가능했습니다. 순복음의료센터에서 의료봉사를 다닐 때는 물론이고 동남아선교회, 소련CIS선교회(구 소련선교회), 인도차이나선교회 등 해외선교를 지원하는 선교회의 요청이 있을 때도 동행합니다. 비록 저 혼자의 힘이지만 선교사님들이 지교회를 세우거나 하실 때 선교회원들의 선교활동에 의료 봉사가 더해지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도네시아 말랑 지역은 10번도 넘게 다녀왔습니다. 그 지역에서 선교하시는 한치완 선교사님의 사역을 초창기부터 보면서 점점 발전하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방문 횟수가 많으니 지역 주민들도 저를 알아보고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 오기도 합니다. 한번은 누가 오랫동안 말을 하기에 나중에 알고 보니 저번에 왔을 때 준 약이 잘 들어 나았다고 말해주어서 기뻤습니다.
 제가 가는 곳은 어려운 국가에서도 오지 지역입니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의사를 만난적도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현지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고생하시는 선교사님들을 보면 늘 무거운 마음을 갖고 돌아옵니다. 송호성 선교사님이 필리핀 마바라캇시에 처음 가셨을 때 의료봉사를 갔었습니다. 피나투보 화산이 터진지 얼마 안되서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송 선교사 내외는 신혼부부이고 갓난아이를 데리고 계셨는데 천막을 세워 나무 그늘에서 진료를 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저녁에 진료 끝나고 마닐라로 가야하는데 그런 환경에 아기와 젊은 부부를 놓고 오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많이 울었습니다.
 물론 위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2002년에 필리핀 바기오에 갔을 때 봉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자던 중 새벽 3시쯤 숨이 가빠지며 호흡 곤란이 와 혼이 난적이 있습니다. 그 지역이 고산지대여서 산소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의료봉사를 해낼 수 있는 체력과 건강,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몸이 안 좋다가도 봉사하러 비행기만 타면 멀쩡해 지는 것은 놀라운 기적입니다. 저에게 봉사의 기쁨을 알게 해주시고 세계 여러 나라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자비량 사역을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돈을 받고 고쳐주는 것은 아무 의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시간을 내고 무료로 사람들을 고쳐 줄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자부심을 갖고 의료현장에서는 늘 끝까지 한사람이라도 더 봐주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은 의사를 이번에 보면 다음에 언제 볼지 모르는데 어떻게 외면 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제게 건강을 허락하시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