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상달 장로(가정문화원 이사장)

 명절 전후에 법원을 찾는 부부들의 숫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명절이혼’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는 명절을 계기로 가족들이 모이면서 여러가지 갈등들이 확대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평소에 쌓인 감정들이 표출되어 수습이 안 되고 가정파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번 추석에도 전국도로가 민족대이동으로 몸살을 치렀다. 사람들은 모두가 고향을 그리워 한다. 고향은 내 어릴적 추억의 박물관, 어머니 뱃속 같은 곳이다. 그래서 모두가 명절에는 고향을 찾는다. 귀향은 힘들어도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반가이 맞아주는 부모님을 얼싸안고 볼을 비벼보는 감격도 있다. 힘들더라도 명절 고향 가는 길은 항상 즐겁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그 명절이 꼭 즐거운 것만도 아니다. 특히 주부들에게 그렇다. 먼 길을 힘들게 같이 왔으면서도 도착하자마자 여자는 부엌으로 직행을 해야 한다.

 남자는 고스톱판에 합류한다. 집에서는 설거지도 돕고 고분고분하던 남자가 고향집에서는 그렇게 달라질수가 없다. 19세기 남편으로 회귀해 버렸다. 아내는 보이지도 않는다. 후환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고 큰소리도 친다. 아내는 죽을 맛이다.

 가족간의 미묘한 감정의 마찰도 있다. 부모님의 헛기침 소리에도 신경이 쓰인다. 시부모님의 교훈과 훈계가 비난과 지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다. 계속되는 부엌일에 허리 한번 펼 수가 없다. 숙련되지 못한 부엌일에 핀잔을 먹기도 한다. 즐거운 명절이 아니라 괴롭고 힘든 명절이다. 즐거움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짜증에 가깝다. 그것을 몰라주는 무관심한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감정이 좋을리 없다. 귀경길이 싸움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많은 주부들이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

 이제는 명절증후군 날리기와 애프터 추석설계를 할 때다. 수고한 아내한테 ‘여보 수고했어. 힘들었지’ 이렇게 부드럽게 다가가자. 아내의 수고를 인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정감 있는 말 한마디에 아내의 피로는 풀릴 것이다. 당의정 같은 사랑의 말 한마디에 속는 게 여자다. ‘여보 고마워, 당신 정말 수고했다’는 위로의 말에 봉투 하나까지 쥐어 줄줄 아는 남자가 센스 있는 남자이다.

 아내의 수고를 인정해 줄줄 아는 자상한 남편이 존경을 받는다. 거기에 아내의 휴식과 위로를 위해서 애프터 추석설계를 해보라. 1박 2일이라도 ‘아내패키지 휴식여행’이나 외출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추석 증후군은 말끔히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