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지 말고 강점 개발해야

 살다보면 크고 작은 시련이 우리 앞을 가로 막아 앞이 안보일 때가 있다. 갑작스런 시련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금과옥조로 읽는 말씀은 마태복음 6장 33절이다.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본질인데도 흔들리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크리스천의 본질에 대해서 굳게 서려고 이 말씀을 붙든다. 크리스천의 축복과 승리의 원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본질에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어와서 3년 반이 지나가던 무렵이었다. 대리 진급자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높은 위치에 있는 선배가 점심이나 하자며 전화를 해 왔다. 진급 대상자중 한명이었던 나는 신경이 많이 쓰이던 중이었다. 그런데 선배로부터 밥을 같이 먹자고 제안 받았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나는 얼른 약속 장소로 달려 나갔다. 한참 점심을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그 선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전옥표, 자네가 잘하는 게 뭔가?”

 “네? 뭐,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습니다. 고객과 시장을 파악하고, 경쟁사 분석 등을 통해 마케팅 전략을 미리 세우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잘하는 것은 따로 없습니다”

 “그래? 좋네. 하지만 앞으로는 전공 분야를 하나 세워서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하게. 공연히 대리 진급이나 빨리하려고 신경 쓰지 말고 말이야”

 대화 후 얼마간 침묵이 흘렀다. 사실 그룹 내에서도 유명한 선배가 식사를 하자고 하니 나에게는 은근히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대리 진급자 발표를 앞두고 한다는 말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승진에 대해서는 너무 집착하지 말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가 내심 기대하던 이야기는 “얼마 안 있으면 대리 진급자 발표가 나지? 내가 인사팀에 이야기해서 다 신경 써 놨으니 걱정하지 말게”였는데 말이다. 아니, 그렇게는 못할망정 진급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니, 정말이지 가슴이 답답해 왔다. 이 말을 들은 이후로는 밥맛도 싹 사라지고 선배의 얼굴도 보기가 싫어졌다. “잘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이 말은 특별한 선후배 사이가 아닌 누구라도 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니던가.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던 중, 불현듯 ‘내가 이번 진급에서 탈락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회사내에서도 대단한 자리에 있는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 대리에서 탈락된 것이 틀림없구나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온 나는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대리 진급 빨리하려고 신경 쓰지 말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진급에서 떨어진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 틀림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만 더 무거워졌다.

 퇴근 후, 나는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평소에는 좀처럼 회사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그날은 가슴이 너무나 답답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솔직히 대리 진급이 안 되면 가장 충격을 받을 사람이 바로 집사람이었다. 그런데 충격을 받을 줄 알았던 아내가 오히려 담담하게 반응했다. “야아, 그 선배 참 멋있다. 당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면 이제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고 하셨겠어요? 진급도 잘될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고, 선배님 말씀처럼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최고의 글로벌 마케터가 되세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아내의 대답이 영 싫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답답함을 헤아리지 않는 아내의 반응에 스트레스 지수가 한층 높아졌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흘러, 나는 대리로 진급했고 회사일도 평안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선배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주님은 이처럼 선배를 통해 내가 새롭게 도전할 만한 동기를 부여하셨다. 이윽고 나는 ‘한 달에 전공 서적 한 권 보기, 3개월에 한 번씩 전공 논문 읽기, 6개월에 한 번씩 세미나 참석하기, 그리고 수시로 마케팅 컨퍼런스나 교육 참여하기’ 등의 미션을 정해 놓았다. 사실 전공서적을 읽는 일은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논문은 차분히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컨퍼런스나 교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조건 참석했다. 시련을 통해 하나님은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가고 계셨다.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던 내가 회사에서 마케팅 도사로 알려지기 시작한 데는 선배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메시지가 결정적이었다. 이 일 후로는 직장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가 됐다. 이처럼 우리는 나의 강점을 최대화 하면서, 주님이 어느 한 사람도 그냥 창조하지 않으셨다는 본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같이 서로 봉사하라” (벧전 4:10)

 전옥표 교수(숭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