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어렸을 때 기르던 진돗개는 영적인(?) 개였습니다. 주인과 함께 새벽기도를 다녔습니다. 새벽예배가 시작될 무렵이면 ‘낑낑’소리를 내서 주인을 깨웠고, 새벽길을 가는 주인을 졸졸 맴돌며 보디가드 역할을 했으며, 예배당 한 쪽에서 조용히 앉아 예배가 끝날 때까지 주인을 지켰습니다. 오직 주인만을 바라보는 개의 충성심을 보면서,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마음도 저러해야 할 것이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주인 잃은 반려동물을 구조하는 일에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조금 관심을 갖고 둘러보니 사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개나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작고 예쁘고 귀여운 새끼일 때는 너도 나도 데려다 기르지만, 막상 덩치가 커지고 털이 빠지거나 자주 짖어서 돌보기 귀찮게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다 버린다는 얘깁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거나 그냥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내다버리기도 합니다.

 핵가족 사회가 일반화되면서 반려동물로 입양돼 호사를 누리는 동물이 늘고 있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냉정하게 버려지는 동물이 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기르던 동물들은 스스로의 생존 능력이 부족합니다. 골목이나 거리, 야산 등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쓸쓸히 죽어가게 마련입니다. 운이 좋아서 동물구호단체 등에 구조되더라도 주인을 다시 만나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유기동물보호소의 개나 고양이는 일정 기간 동안 재입양 되지 못할 경우 결국 안락사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개나 고양이 문제까지 정성들여 신경 쓸 여유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잔인한 질문입니다. 지극히 작은 생명조차 함부로 하는 비정한 사회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인 사람에게도 함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은 범죄의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고 정복하라고 하신 것은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학대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피조물을 만드실 때마다 보기에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은 아름답게 지키고 가꿔야할 책임이 인간에게 있습니다. 길가의 풀 한 포기, 강물의 물고기 한 마리, 하늘의 새 한 마리까지 하나님의 선한 뜻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위로와 기쁨을 주는 반려동물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잘 돌봐야할 일입니다. 

 반려동물 역시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생명에 대한 예의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극히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이웃과 사회와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