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문제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유방법

 울퉁불퉁 돌부리가 있는 길을 걷고 나면 쉬 피곤해진다. 거친 길을 걷는 날이면 우리가 보다 편안한 옷차림, 편한 신발을 신고 나서는 것도 조금 덜 피곤하게 그 길을 걷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다. 길이 좋지 않아 걷는 것이 더 힘든 경우도 있지만 신발이 불편해서 걷는 것이 힘든 경우도 있다. 특히 크지도 않은 돌멩이가 신발에 하나라도 들어간 날이면 걷는 내내 걸리적거리며 발을 아프게 한다.

 우리는 종종 인생을 길에 비유한다. 가야할 길과 가지 않아야 할 길로 내 인생에서 해야 하는 선택과 해선 안 되는 선택을 비유하기도 한다. 길이 종종 인생을 상징한다면 그 길의 상태는 내가 살며 경험하는 가정환경, 친구관계, 학교환경 및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시기에 아버지가 사업을 실패하며 온 가족이 경제적인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또 다른 사람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신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청소년기에 사고로 부모를 잃어 자신 앞에 닥친 어려움에 압도되는 경우도 있다. 인생이란 길을 걷다 어떤 시기에 큰 장애를 경험하는 것 또는 큰 위기를 경험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이란 길을 걷는 나는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길 떠나기 위한 채비, 특히 신발의 상태가 나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찢어지고 손상되어 발을 보호하지 못하는 신발, 내가 가야할 길과 맞지 않는 신을 신은 사람, 맨발로 신을 신어 이리저리 발에 생채기가 난 사람, 신발 들어간 돌멩이 하나로 인해 가는 길 내내 신경 쓰이고 발이 아파 짜증이 나는 사람 등등.

 먼저, 손상된 신발을 신으면 발이 상하는 것처럼 자아가 건강하게 형성되지 않고 손상된 사람은 상황 가운데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상황에 맞지 않은 신을 신게 되면 보는 사람도 불편하고 신을 신은 사람도 불편한 것처럼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직분과 역할을 맡은 사람은 일을 하는 자신과 함께 하는 타인 모두 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맨발로 신을 신으며 굳은살이 베이거나 피부가 상해 아프다. 타인과 관계를 할 때 적절한 경계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마치 맨발로 신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마음에 굳은살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경험하지 못하고 감정이 무뎌지고 굳어지거나 너무 과민해져서 사방에서 상처를 받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발에 작은 돌멩이가 들어가면 길을 걷는 내내 신경이 쓰인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을 빼는 것이 귀찮아서 좀 더 견디고 길을 걸어보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길을 멈춰 서서 신발 속의 돌을 빼곤 한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 돌은 실상 그리 큰 것도 아니다. 아주 작은 것 그러나 그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것은 신발을 신은 사람만이 아는 불편감이다. 그래서 불편감을 느낀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빼야 하는 것들이다.

 인생이란 길을 걷다보면 내안의 어떤 것들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소심함, 불안, 시기, 질투, 두려움, 욕심, 고집, 자존심 등 다양하고 때론 사소한 것들이 나의 가는 길을 붙잡는다. 정말 중요한 것에 정신을 집중하고 싶고 보다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고 싶지만 사소해 보이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내 인생의 크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해서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이런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무엇인가. 가능한 빨리 그 돌멩이를 인정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고비를 넘으면 자연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제거할 때까지 끝까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상담은 실제로 크고 심각한 문제 때문에만 받는 것이 아니다. 사소하지만 불편한 그 주제를 다루는 것이 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태도에 불만을 느낀 사람은 고집이 센 경우가 많다. 부모와의 갈등을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은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하고 쉽게 두려움에 싸일 수 있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사람은 자아가 손상되어 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수치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사소한 행동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고 상처받게 된다.

 신발 안에 돌멩이가 들어간 것이 나 때문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나를 상하게 했던 환경에 대해 불만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회복시키지는 않는다. 원망하고 불만하더라도 남이 아닌 내가 그 돌을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 내면의 고집, 상한 자존심, 두려움, 불안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받아들이는 작업이 있을 때 불편했던 마음들은 서서히 평안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길을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돌멩이는 큰 것일 수도 있고 셀 수 없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신발안의 돌멩이는 단 한 개 그것도 아주 작은 것일 수 있다. 내 안의 작은 문제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 쉽고 효과적이며 기본적인 치유방법이 된다.

◎ 벽을 넘는 사람 그리기

① 종이와 연필을 나누어 준다.
② 종이를 가로로 놓은 뒤 벽(wall)과 벽을 넘는 사람을 그려보도록 지시한다. 
③ 벽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체크한다. 견고하고 높은 벽인지, 허술하고 무너져 있는지 높지 않은지 등의 내용을 확인한다. 벽은 내게 닥친 문제를 상징하는 것일 수 있다. 벽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볼 수 있다.
④ 벽을 넘는 데 사용되어진 도구가 있는지 확인한다. 벽을 넘는 방법을 보면 그 사람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의 반응을 알 수 있다. 기어 올라가는 사람, 벽을 허무는 사람,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는 사람, 장대 높이뛰기를 하는 사람, 뚫고 통과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⑤ 사람이 벽을 어느 정도 올라갔는지 확인해 본다. 거의 다 올라갔는지 이제 올라가기 시작했는지 확인하면 당면한 문제를 그가 어느 정도 극복했는지 알 수 있다. 벽을 넘는 것을 포기한 사람, 벽 앞에서 막막하여 서 있는 사람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얼마나 낙심되고 무기력해 있는지 표현하는 것이다.
⑥ 벽 뒤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 사람의 기대, 목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글/김수정(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 소장)
일러스트/정연문(joyful_y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