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별꽃이 피는가 했더니 어느새 허리가 휘도록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렸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날마다 텃밭에 물을 주면서 무한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두어 평 남짓 작은 텃밭을 일구고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가지들을 심었는데 방울토마토와 고추, 가지가 어느새 쑥쑥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나는 다만 물만 주었을 뿐인데.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돌아보기만 했는데. 햇빛과 비와 바람을 보내 식물을 키우신 이가 계신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계신 분, 경외할 자연의 주인이시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은혜의 푸르른 강물이 흐른다. 봄여름 가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더 깊이 철이 드는 것일까?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에도  전능자의 사랑이 뭉클 가슴을 적시곤 한다. 
 한 청년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주식에 관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정보 분석에도 꽤 자신이 있었다. 밤이 맞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면밀히 주식 현황을 살펴보고 적기를 골라 사고팔기를 하는데 온 심혈을 기울였다. 매도 후 폭등이나 매수 후 폭락할 땐 감정도 덩달아 격해지더니 느긋하던 성격이 점차 까칠해지기 시작했다. 노력을 경주했지만 이년이 채 안 돼 깡통구좌만 안고 말았다. 뛰고 나는 주식의 귀재들에겐 당할 재주가 없었던 것이다. 고민하던 그는 하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울분을 가라앉히고 땅을 갈며 곡식을 가꾸는 동안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돌려주는 흙의 사랑을 조금씩 느끼게 됐다. 조급하고 격정적이던 그의 마음에 서서히 평화가 깃들고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간혹 지난날을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는 청년에게 흙은 새로운 삶의 가치와 보람의 산실이 됐다.

 흙은 항상 정직하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식물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면 안다. 더러 가물거나 장마가 져서 농사에 큰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다음 해엔 좋은 일기로 곱절의 수확을 돌려주는 것이 자연이다.
 식물은 농촌에서만 크는 것이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아파트 베란다에 길쭉한 화분 두어 개 들여 흙과 퇴비를 섞고, 상추를 심든지 쑥갓이나 청경채를 심어보라. 물만 주어도 잘 자라 하늘거리는 푸른 잎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그 잎들을 따서 식탁에 올리는 기쁨은 또 얼마나 풍성한지. 작은 정성으로 큰 기쁨을 수확하는 것이 식물 기르기이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