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외로움과 싸우는 청소년들에게 
관계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 필요 

 항상 주변에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흔히 인기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 사람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보고는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폐쇄적이다’, ‘우울하다’, ‘특이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인간이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사람을 건강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사람은 성격이 좋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성격이 나쁘다는 식의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

 한 중학생이 왕따 문제로 상담소를 찾았다. 한반에 30여 명인 남녀공학 중학교에 다니던 그 여학생은 고작 12명뿐인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 짝을 찾지 못했다. 처음 중학교를 들어와서 근처에 앉은 친구들과 친구관계를 맺어 보았지만 마음에 맞지 않아 나오게 되었다. 또 다른 그룹에 속해 보았지만 그곳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다. 남은 한 그룹에 들어가 봤는데 그곳에는 자신을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이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면 식당에서 가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어 도서관에 숨은 채 점심도 먹지 않았다. 여러 날 식사를 거르고 오자 어머니는 샌드위치를 사서 보내 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밥을 거른다는 사실보다 누군가 함께 해야 하는 시간에 혼자라는 사실이 더욱 힘든 문제였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로 사람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홈스쿨 또는 대안학교를 찾는다. 집단 교육 상황을 떠났을 때 문제가 해결되는 케이스도 있으나 학교 부적응이 대인관계 문제에 있는 것이라면 학교를 옮기는 것 보다 당사자의 관계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 될 것이다. 

 또래 어울림에 문제가 있거나 왕따를 당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어린 시절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양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위에 소개한 케이스의 경우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어머니가 어린 시절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 놓고 자신은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걸레질하는 등 살림을 하곤 했는데 그것도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아기가 젖을 먹는 시간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다.

어머니의 품을 느끼는 시간이고 어머니의 얼굴을 익히는 시간이다. 대화하지 않지만 젖을 먹는 아기와 어머니 사이에는 정서적인 교류가 있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다른 보다 단단한 애착관계가 형성되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함께 점심을 먹을 친구가 없어 밥을 굶고 오자 어머니는 샌드위치를 싸 주셨다. 이 학부형이 ‘식사’에 대해 갖는 의미가 젖먹이 아기를 키울 때나 중학생이 된 딸을 키울 때나 변함없이 ‘끼니를 해결하는 것’의 의미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돌봄과 사랑이 아기에게 충분하지 못할 때 아이는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이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부끄러움을 갖게 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을 수 있는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유아기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자기비난의 씨앗이 되고 결과적으로 충분한 사랑과 돌봄이 없었던 아동은 자라서 자기 존재에 대한 수치심과 열등감, 죄의식을 갖은 채 살아가게 된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없고 주변 사람이 조금만 자기를 거절하거나 거부해도 쉽게 상처받게 되며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위의 여중생이 식사를 안 하고 오는 것보다 식사할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면 식사할 친구가 없다는 것 보다 그러한 이 학생이 마음을 나누고 이해받고 위로받을 가족원이 없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가 된다. 자녀의 마음에 민감하지 못한 부모님을 보면 그들도 자신의 마음에도 민감하지 못하다. 그냥 기능적으로는 생활에 어려움이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부모 자신도 척박한 땅이고 자녀에게도 나눠 줄 무언가가 없다. 

 요즘 왜 이리도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까?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객관적으로 힘든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오히려 살아남을 이유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 쉽게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식민지 시대에도 전쟁 중에도 굶어 죽는 사람은 있어도 자살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전쟁 후 먹을 것이 없을 때 우리의 어머니들은 옥수수빵 하나에도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먹고사는 기본적 생리적 욕구는 충족되어지게 되었고 지금 시대는 배가 고픈 사람들 보다 마음이 고픈 사람들로 아파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그 사회구성원에게 필요한 욕구도 발전한다. 지금 이 시대는 욕구불만, 고독과 외로움으로 방황하는 성인과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고 관계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1 만다라 

① 위의 그림과 같이 원을 그려 넣은 후 12색 색연필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색을 칠해 보도록 한다. 모든 공간에 색을 칠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색과 공간에 대해 선택하여 작업을 하도록 지도한다.
② 그림을 완성한 후 전체적으로 집중되어 있는지 분산되어 있는 느낌인지 본다. 지나치게 질서 정연한지 너무 산만한지 표현된 그림의 느낌을 살핀다. 
③ 그림에 사용된 색이 붉은(따뜻한, 열정적인) 느낌인지 푸른(이성적, 합리적인) 느낌인지 살펴본다.
④ 같은 도안을 가지고 다시 한번 색을 칠해 보도록 한다. 먼저 칠한 것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고 느낌을 나눠 보도록 한다.
⑤ 먼저 그린 것은 자기 자신의 느낌이나 자신에게 강렬하게 필요한 것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두 번째 표현한 것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나 자신에게 필요한 대상의 느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⑥ 본 활동은 끝나면 5-6명의 청소년이 모여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유익하다. 한 사람씩 자신이 표현한 만다라를 보여 주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다른 집단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가족이 모두 함께 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글/ 김수정(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 그림/ 염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