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마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들’과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간이 손수레에 담아 승강기에 탔습니다. ‘이것을 꼭 사야만 할까’라는 고민을 할 즈음, 승강기에 동승한 고객들의 대화내용이 우연히 귀에 들어왔습니다.

 “아이고, 돈 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돈 버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점잖아 보이는 할머니가 물건들을 내려다보면서 가족들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공간은 넓고 상품은 많은 대형마트가 노인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노인의 따스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습니다. 노인의 독백은 돈을 벌기 위해 일주일 내내 고생했을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현이었습니다. 승강기 안에 잠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선량해 보이는 중년 남자의 대답이 잇따랐습니다. 

 “돈 버는 것은 힘들지 않아요. 돈 쓰는 것이 힘들지”  

 아들을 배려하는 어머니, 어머니를 배려하는 아들의 모습 덕분에 승강기 안은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찼습니다. 쇼핑하면서 이렇게 분위기 좋은 가족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더 값싼 물건을 찾아 한바탕 쇼핑 전쟁을 치르는 마트 쇼핑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노인은 가족들과 함께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사라졌습니다. “조금 있다 교회가야겠다”라는 노인의 말이 메아리처럼 남았습니다. 인간미를 간직한 신앙인의 배려와 사랑은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배려라는 덕목은 관념 속에 묻어 둔 채, 돈 쓰기의 즐거움에 너무 쉽게 익숙해진 일상을 반성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대형마트는 소비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이렇게 싸게 팔면 생산업체 직원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우리 동네 구멍가게들은 어떻게 하지?’등의 인도적 고민도 잠시일 뿐, 욕망은 대체로 배려보다 강합니다.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왠지 좋을 것 같은 물건’들을 ‘싼 맛’에 이끌려 얼떨결에 집어 들기 쉽습니다. 소비 욕망을 부추기는 상술의 숲에서 이성을 잃으면 결국 ‘싼 맛에 속아 괜히 돈 썼네’라는 후회를 반복하게 됩니다.

 대기업의 대형마트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동네방네 자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진열대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온갖 신상품들은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상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일단 행복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그러나 돈을 쓰기 위해서는 벌어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괜히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자칫 ‘소비 욕망’이라는 괴물의 노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껏 소비하기 위해 돈을 악착같이 번다면 이미 탐욕의 노예가 된 것입니다. 성경은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돈은 제대로 벌기도 힘들거니와 제대로 쓰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하나님의 뜻에 있습니다. 우선 돈을 버는 목적이 선해야 합니다. 돈을 벌어야하는 최고의 목적은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는 것에 두어야 합니다. 돈을 쓰는 최고의 목적도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는데 두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알고 계십니다. 돈 자체를 위해서 혹은 돈을 쓰기 위해서 몸부림칠 까닭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