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것이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삶의 방식들을 만나면서 인간을 배우고 세상을 익히는 것이다. 또한 나를 돌아보고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중국 서안을 다녀왔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국은 물과 공기가 별로 좋지 않다. 3,4월 황사도 지나가고 좋은 계절을 골라 간 여행인데도 하늘은 희부옇고 가로수는 생기를 잃어 늘어진 느낌이다. 바로 전날 비가 왔다는 데 비에 섞여 내린 먼지로 차들마다 짙은 얼룩무늬를 그렸다.
서안은 아테네, 로마, 카이로와 함께 세계 4대 고도로 불리는 중국의 대표적 관광 도시 중 하나이다. 중국에 많은 여행지가 있지만 서안을 택한 것은 서안이 중국역사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 때문이다.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병마용갱이 발굴되면서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분주하다. 병마용이란 흙으로 빚어 구운 실물크기의 병사들인데, 그 시대에 갑옷 솔기의 바느질까지 드러낼 정도로 섬세한 공정이 참으로 놀라웠다.
공기도 나쁘고 위생이나 교통질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중국을 찾는 이유는 이러한 중국 고유의 문화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열등감을 가진 때가 있었다. 허름한 초가집이며 전근대적인 우리 고유의 생활양식이 부끄러워 그것들을 헐어내고 서둘러 서양식으로 개조했던 것이다. 물론 버리고 배워야 할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외국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는 당연히 우리나라 고유의 특별한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유럽인들에게 현대문명이 무슨 볼거리가 되겠는가. 눈만 뜨면 지겹도록 누리고 펼쳐지는 것들인데.
그들은 해가 뜨는 동방의 나라, 한국 고유의 신비한 볼거리에 매료되고 싶은 것이다.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은 당사자만이 아닌 국제적인 자산임을 실감했던 여행이었다고나 할까.
귀국하는 날 상공에서 보는 중국대륙은 황량했다. 붉은 산들, 허름한 집들이 강대국답지 않게 왜소하고 초라하기만 했다. 반대로 인천공항이 다가오면서 보이는 지상의 풍경은 작은 낙원이었다. 점점이 뜬 초록빛 섬들, 푸르른 들판들, 아름다운 집들이 그림처럼 느껴졌다.
김포공항에 기착 후 맑고 싱그러운 공기를 듬뿍 들이마셨다. 우리나라가 역시 제일이구나 생각하면서.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