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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제주 말미오름에 오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오름’과 ‘바다’

 그냥 걷다가 보면 이름 모를 꽃에 반하고 쉬어갈 나무둥지에 매혹된다. 숨가쁘게 언덕을 오르다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색깔에 탄성을 내지르며 숨고르기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든 나아닌 다른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수 있는 곳이 제주 올레길이다.

 제주 올레길 가운데 오름과 바다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오름 바다 올레’코스가 1코스이다. 작고 아담해 보이는 시흥초등학교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올레길 입구가 나온다. 도로건너 보일 듯 말 듯 지붕을 감추고 있는 올레길 안내소에 들르면 특유의 제주도 사투리를 맛볼 수 있다.

 올레1코스는 보통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흥초교에서 100여 미터 내려와야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초입에서 배낭의 끈을 동여매고 신발끈을 단속하면 출발 준비 끝. 한모퉁이에 스탬프를 예쁘게 찍은 올레지도를 가방 옆구리에 끼워넣고 말미오름을 향해 발자국을 옮겨보자.

 가장 높고 전망이 뛰어난 말미오름서 내려다본 파란색 지붕들은 옹기종기 모여 서로 정을 나눈다. 호주 시드니의 빨간색 지붕과는 사뭇 맛이 다르다. 그리 높진 않지만 오름 정상에서 볼 수 있는 뛰어난 절경. 시인 곽재구가 말한 따뜻한 바람이 분다던 우도와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에 지정된 성산일출봉이 좌우에서 시선을 끌어 당긴다. 그 사이 옥색 바다는 가슴에 전율을 가져온다. 조금 낮은 알오름을 지나 종달리로 들어서면 짭짜름한 바다내음이 혀끝에 느껴진다. 종달리 해변의 조개는 크기와 맛에 있어서 가히 일품이다. 별다른 조미료없이 고춧가루만 넣어도 훌륭한 특선요리가 된다.

 시흥리 해안도로에 들어서면 올레꾼들을 가장 먼저 맞는 것이 바람이다. 폭풍같은 바람 앞에 노란색 우의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지만 성산일출봉까지는 어쩔수 없이 바람과 친해져야 한다. 한치구이를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1코스에서는 역시 해녀의 집에서의 전복죽 한 그릇이 보약이다. 맛깔스러운 해초무침에 전복죽을 뚝딱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바람과 맞설수 있는 힘을 얻는다. 올레길에서 만나는 성산일출봉은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재미가 있다. 그 장엄함 가운데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묵상해보고 발길을 재촉하면 어느새 올레1코스의 종착역인 광치기 해안에 닿는다.

<여행tip>

제주공항에서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15분 가면 시외버스터미널이다. ‘동회선 일주도로’(성산경유)를 왕복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50분정도 달려 시흥리에서 내린다. 조금 지쳐있다면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요금이 3만1000원으로 만만치 않다. 콜택시를 부르면 2만5000원으로 더 저렴하다. 올레길에서는 어느 코스를 막론하고 현금이 있어야 한다. TV광고와는 달리 등산화나 트레킹화 둘다 괜찮다. 우의는 비와 바람 어느쪽에든 쓸모있으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비올 때도 서너명 동행하면 운치있고, 만나는 모든 이들과 ‘통성명 없는 정겨운 수다’는 필수다.

 

기사입력 : 2010.04.25. am 11:06 (편집)
임 훈기자 (push77@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