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시인은 노래하였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라고.
 호스피스 봉사자들로부터 말기 암으로 고통 받는 환우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암은 자객처럼 몰래 스며들어 목숨을 해치는 인간의 가장 큰 숙적이다. 암이 무서운 것은 자각증세가 있어 병원에 가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남편도 그런 경우이다. 평소 건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그였지만 말기 암이 될 때까지 까맣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만 잘 먹는 데도 체중이 줄어드는 게 이상하다며 두 달 전 병원에 가서 체크를 했는데 별 이상 없다는 결과였다. 

 평소 몸을 잘 관리한 덕분에 지병이던 혈압도 정상이라며 기분 좋은 얼굴을 했던 그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남편의 간은 이미 암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
처음엔 황당하고 머리가 하얘지며 오진일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CT 촬영을 하고 의사가 사진을 보여주며 부연설명을 할 때야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되고 화가 치밀었다. 두 달 전 건강검진을 했을 땐 아무 이상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분노하느라 감정을 소비할 틈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기도였다. 의지할 분이 계시고 함께 기도할 친구들이 있어 마음이 든든했다. 그동안 속해있던 전도실 회원들이 달려와 뜨겁게 기도를 해주었고 전국에 흩어져 살던 친지들이며 친구들이 병실이 닳도록 드나드는 바람에 슬픔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랑의 빚을 진 것이다.
 힘겨울 때 위로해주고 기도해 주는 이웃이 많은 것은 큰 복이다. 남편도 그 사랑 속에서 감사하고 행복해 했다. 위로를 받은 만큼 두려웠던 마음에 평안이 깃들고 입술에 한 모금 미소가 머무는 것을 보았다.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이 필요한 이에게 한바구니 사랑을 전하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특히 슬픔을 만난 사람들에게,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랑은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연약한 이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가득 부어주소서”라고 기도하자. 의지만으로 감당 할 수 없는 일도 소명으로 다가오면 놀라운 힘이 생겨난다. 암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남편이 어서 암을 퇴치하고 아름다운 대열에 함께 서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