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모 기업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언론사 취재팀의 탐문 취재 대상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완벽하고 도덕적으로 잘못이 없다면, 두려울 일이 없겠지만, 해당 기업은 뭔가 거리끼는 일이 있었나 봅니다. 언론사의 접근과 취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어떠한 로비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난국을 타개하고자 해도, 해당 취재팀은 로비로 이용될 수 있는 식사 자리도 기피했습니다. 사실 취재원과 언론인들의 저녁 식사는 질펀한 술자리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거래의 통로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뜻있는 언론인들은 취재원과의 저녁 술 모임을 각별히 경계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해당 취재진을 저녁 식사 겸 술 모임에 초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통성명이 오가고,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순간, 취재팀 중 한 명이 벌떡 일어서서 한마디를 남기고 나가버렸습니다. “나는 예수를 믿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해당 기업은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유명 기업체의 간부가 된 지인이 직접 겪었던 언론인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황당하고 당황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이 바로 진짜 언론인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신앙적 양심이 사회적 선택의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입니다. 취재팀의 올곧은 행동은 보도의 신뢰를 높여줬고, 이는 해당 기업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크리스천들이 세상에서 전혀 구별되지 않거나 오히려 한술 더 뜬다는 비난이 많습니다.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지만, 사실 상당히 과장된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이익과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예수를 믿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또 실천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성취를 통해 화려한 조명을 받지 않아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신앙적 양심을 지키고 하나님의 공의를 실천하는 신앙인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세상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