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10분 정도 걸리는데 대형아파트 단지라 차량이 많은 탓인지 두 개의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대로변에 있는 신호등이 아니라서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나 역시 사람들을 따라 빨간불인데도 건너다니다가 문득 ‘이래도 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다들 건너가는데 혼자서 우두커니 서있는 것도 참 멋쩍은 일이었다.

 평소에 기초질서를 잘 지켜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내가 했던 말이 족쇄가 되어 자꾸 떠올랐다. 더욱이 하나님도 보고 계시다고 생각하니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빨간불이면 서고 초록불이면 간다”는 평범한 규칙을 지키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고민을 하니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신호등에서 50미터 쯤 안으로 걸아가면 아파트 단지 내 길이 나오고 그 곳에는 신호등이 없다. 200미터 정도를 걸어서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50미터를 큰 길 쪽으로 나오면 신호등에 방해받지 않고 지하철역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까 ‘ㄷ자형’으로 걸어 다니면 신호등에 상관없이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돌아서 걷는 터라 거리가 다소 늘어났지만 마음은 무척 편안했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규칙이 정해지면 지키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도 실감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시다고 생각하면 원칙에 충실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빨간불이면 서고 초록불이면 간다”는 평범한 진리만 잘 지켜도 세상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작은 습관이 투명경영, 윤리경영, 정도경영의 기초가 된다고 믿으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혁신은 작은 것을 내가 먼저 실천할 때 가능해진다. 기초질서를 지키는데 기독교인들이 앞장서면 선진국 진입이 그 만큼 빨라질 것이란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교회 다니는 사람은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양병무(서울사이버대학교 평생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