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기술로 어려운 이웃 섬겨

 마흔여섯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미용업에 도전했다. 남편에게 가장이라는 어깨의 큰 짐을 덜어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나를 찾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에게 나의 힘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2003년 일산에 미용실을 개업했다. 하루 종일 서서 하는 일이라 피곤했다. 그래서 한약을 지어서 먹어봤지만 피곤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해 8월 15일이었다. 저녁 늦게 집에 오니 남편이 ‘맨투맨’이라는 TV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날도 지쳐서 그냥 자려고 하는 나에게 남편은 여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니 어서 와서 함께 보자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유방암 자가 진단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방송에서 알려주는 대로 하나 하나 따라했다. 그런데 내 가슴에서 뭔가가 잡히는 것이었다. 순간 놀랐지만 얼마 전 암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집안 내력에도 암에 걸렸던 사람이 없어 별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미용실 문을 연 후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의사에게 뭔가가 만져진다고 했더니 초음파를 해보자고 했다. 초음파를 하는데 담당직원이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암이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곳에도 전이가 됐냐고 묻자 의사는 환자에게는 말을 할 수 없다며 보호자를 부르라고 했다. 순간 머리에 둔기를 맞은 것 같았다. 남편의 전화번호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내가 암에 걸린단 말인가.

 얼마 후 남편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병원으로 달려왔다.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자 남편은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받자고 했다. 이 분야로 강남의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받았더니 역시 유방암이었다. 일산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뒤늦게 미용기술을 배워 이제 막 시작했는데 미용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했다. 하나님께 섭섭한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내가 매달릴 수 있는 분은 하나님이었다. 나의 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항암치료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몸도 힘들었지만 마음도 힘들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항상 나와 함께 하셨다. 그런 하나님이 너무 좋아서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를 드렸고 주일은 교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나의 믿음이 견고해지고 있었다. 하루는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이 병을 낫게 해주신다면 하나님을 위해서 미용으로 봉사하겠다’고 서원기도를 했다. 치료기간을 미용을 배우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학원을 등록한 후 미용 기술을 더욱 연마했다.

 2년 전부터 나는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일산 지역 복지회관을 방문하고 있다. 혼자서 시작한 봉사였지만 지금은 방문할 때마다 뜻을 함께하는 미용사들이 동행하고 있다. 봉사를 꾸준히 끊이지 않고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드린 약속 때문에 봉사가 더 기뻤다. 이 봉사를 하면서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복지관을 찾아오는 분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봉사를 하면서 나 같은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8월 하나님은 ‘완치’라는 선물을 주셨다. 6년 만에 완치판명을 받은 것이다. 나와 남편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날 어려웠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감사뿐이다. 할렐루야！

 미용실에는 여러 가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머리를 만지면 사람들이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 놓는다. 그 때마다 잘 들어주고 결국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 분은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나의 간증을 통해 나의 손길을 통해 하나님이 더욱 알려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