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은 천릿길이다. 버스를 타고 흔들리며 가는 데  가슴 속에 접혔던 어린 날의 추억들이 한 장씩  곱게 날개를 펼쳤다. 요양병원에  면회신청을 하고  미루나무 그늘 평상에 앉아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떤 얼굴이실까? 혹 더 나빠지진 않으셨을까? 함께 온 큰오빠는 과일 상자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입구에서 서성거렸다. 긴 그림자가 쓸쓸하다. 어느새 흰머리가 성성한 큰오빠의 모습에 가슴이 짠해진다. 언제 오빠까지 저렇듯 나이가 드셨을까?

 잠시 후 어머니가 휠체어에 실려 나오셨는데 우리를 보더니 환한 얼굴로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셨다. 어린아이 같으시다. 그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마음이 아렸다. 어머니 여윈 손을 잡는데 눈물이 그렁해졌다. “와 우노. 울지 마라” 그만 무릎에 엎드려 흐느꼈다. 아직도 살아계신 것이 눈물겹게 고맙고 자식 노릇 못하는 게 죄송하기만 했다. 이대로 요양병원에서 모시고 나와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효성이 지극하지만 오빠는  농장 일로 바쁘고 아파트엔  어머니 혼자 사셨다.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계셨지. 어머니 혼자 계신 친정집이지만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런 어머니에게 치매증상이 오고 지병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다섯 아들과 딸이 있지만  다들 너무 바빠 어머니를 돌보아드릴 손이 없었다. 자기 자식 챙기느라 바쁘고, 먹고사느라 바쁜 자식들에게 어머니는 어느 새 짐이 된 것이다.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후 어머니가 살던 아파트는 조카딸이 들어와 산다. 학교 선생님이라 낮에는 아무도 없으니 집전화도 끊어버렸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니 전화 걸 일도 별로 없지만. 전화를 받아 줄 어머니가 안계시다는 사실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한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친정집은 남의 집 같다더니 그 말에 무게가 실린다.

 톡톡톡 번호만 누르면 “누구고?” 하며 들려오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정말 그립고 그 때가 정말 행복했는데. “있을 때 잘해” 어디선가 들었던 대중가요 가사가 생각난다. 이제는 좋은 옷도 음식도 필요 없이 환자복에 병원음식만 드셔야 하는  어머니. 날이 갈수록  어머니의 빈자리가 커지는 것은 왜일까? 어머니 이름만 들어도 눈물부터 나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기 때문이리라. 이제야 효를 행할 시간은 아주 짧다는 것을 저리도록 실감한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