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대학교 김성혜 총장

 ‘현악기의 왕자’라고 일컬어지며 20세기 첼로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첼로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에 대한 실화가 있다.
 젊은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가 처음으로 연주회를 가졌을 때였다. 연주를 시작하려다 보니까 청중석 제일 앞줄에 당대의 최고의 첼리스트인 카잘스가 앞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침착을 잃고 말았다. 연주회는 엉망이었다. 그러나 연주가 끝나자마자 뜻밖에도 카잘스는 일어서서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것이었다. 피아티고르스키는 비웃음을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첫 연주회 때 느꼈던 창피함을 벗어나고자 더욱 열심히 노력했고 결국 세계적인 첼리스트 중  한 사람이 됐다.
 세월이 흘러 피아티고르스키가 카잘스를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그 때 그는 카잘스에게 “그때 내 연주가 엉망이었는데 왜 그렇게 열렬히 박수를 치셨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때 카잘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자네는 그때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부분을 훌륭히 연주해 냈다네”
 카잘스는 옆에 있는 첼로로 당시 피아티고르스키의 연주 자세를 재연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카잘스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였지만 자신보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배울 점을 찾았고 박수를 보낼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배우면 되고 그렇지 않을 때에도 한 가지라도 좋은 점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실수하고 잘못 할 때는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이다.나는 너무 수다스러운 사람을 만났을 때나 혹은 자세가 많이 삐뚤어진 사람을 보았을 때에 내 자세와 태도를 가다듬어 본다. 삶의 자세  뿐 아니라 몸의 자세 하나까지도 우리는 타인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보다 잘난사람에게서나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배울 점을 찾는다. 겸손은 열등감에 빠지거나 타인 앞에서 주눅 들고 비굴해지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진정한 겸손함은 나 자신처럼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즉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겸손의 출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