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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부 권사(마라토너 이태원감리교회)“신앙도, 마라톤도 계속해서 달릴 겁니다”

공식 마라톤대회에서만 72회 완주한 철인

‘1m 당 1원 기부운동’ 십여 년 진행

힘들 땐 기도와 찬양으로 용기와 힘 얻어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라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어떤 요행도 바랄 수 없습니다. 훈련한만큼 결과가 얻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묘미입니다”

새로운 기록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 이영주 권사는 마라톤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속초, 부산, 목포, 인천 등을 거쳐 한국을 한 바퀴 완주해야 하는 1054km의 대한민국일주마라톤에 참가해 제한시간(15박16일) 내에 완주한 것을 비롯해 언더텐(제한시간 10시간) 100km 서바이벌대회에서 9시간 19분 54초, 울트라그랜드슬램(2006년~2008년), SUB-3(3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만 4차례를 기록하는 등 아마추어로는 보기 드문 기록의 소유자이다. 특히 그는 마라톤대회 완주(42.195km)만 72회 달성했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는 않았어요. 20살 때 그냥 주변에서 잘 뛴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저도 뛰면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에 참가했었죠.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죠. 기록은커녕 완주조차 하지 못했어요. 이듬해 준비를 거쳐 3시간 14분에 완주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프로선수의 꿈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죠”

그랬던 그는 생업에만 종사하다 15년 전 거울 앞에서 본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하고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바로 마라톤이었다.

마라톤은 이 권사에게 목표를 주었고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 것뿐이 아니었다. 마라톤은 그에게 사랑을 나누는 행복도 맛보게 해주었다. 그는 여러 대회에 참가하면서 마라톤을 통해 좋은 활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1m에 1원씩 기부운동’이었다. 이 운동을 10여 년 실천해오고 있다.

“물론 여유가 있을 때는 1m에 1원이 아니라 5원, 10원도 하죠. 하지만 액수보다도 제가 뛰는 만큼 남을 돕는다는 것이 큰 보람되는 것 같아요”

매 대회마다 완주 후에 기부하고 모은 돈으로 주변의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고 농어촌미자립교회에도 지원하고 있다. 그렇게 기부한 돈이 지금까지 1500만원이 넘는다.

“하나님을 몰랐을 때는 삶의 의미가 없었어요. 마라톤을 첫 완주한 해에 하나님을 처음 알게 됐죠. 하지만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저는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는 믿음도 마라톤처럼 부지런하고 우직하게 자리를 잡았다. 신약만 60번을 통독하고 새벽기도에 빠지지 않았다.

그는 매일 새벽 4시 55분에 일어나 집에서 1분 거리인 교회에 가서 기도를 마친 후 훈련에 임한다고 한다. 대회기간에 맞추어 훈련시간을 조절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하루종일 훈련을 하기도 하지만 기도는 절대 빼먹지 않는다고.

“잠언 6장에 게으른 자들에게 경고하셨잖아요. 크리스천은 부지런해야 하듯, 마라토너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훈련해야하죠. 또한 마라톤이 골인지점까지 달려가듯 우리는 천국을 향해 달려가야죠. 신앙도 마라톤도 끝까지 달려갈거예요”

이 권사는 2007년에 7월 중순 그랜드슬램에 참가해 달리던 중 50km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발목에 이상을 느꼈다. 황급히 신발을 벗어 확인해보니 발목이 부어 있었다. 그는 발목을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치료의 하나님. 이 대회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이 발목의 붓기를 없애주세요’

간절히 기도를 마치고 냉찜질 후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는 부은 발목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기도를 쉬지 않았다. 하지만 발목은 차도가 없었다. 더 크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한시간 내에 목적지까지 도달해야했다. 발목이 부은 상태로는 제한시간 내에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내리는 빗속에 눈물을 흘려가며 기도했다. 한참을 절뚝거리던 그는 다시 확인한 발목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발목이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기도하면서 발목의 붓기가 서서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기도하다 보니 발목은 언제 부어있었냐는 듯이 멀쩡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당연히 그랜드스램을 달성했죠”

장기간 진행되는 울트라마라톤대회의 경우 참가자들은 제대로 수면을 취할 수 없어 때로는 뛰다가 환상을 보거나 같은 지역을 맴도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이 권사는 그 때마다 기도와 찬송으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최근에 전도부흥집회에서 제가 마라톤을 하면서 만난 하나님을 간증하고 있어요. 간증하면서 이것이 하나님이 제게 주신 달란트란 것을 깨달았어요. 저는 천국을 향하듯 열심히 달리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달리면서 만난 하나님을 간증할거예요”

이 권사는 인터뷰 내내 눈빛을 반짝이며 하나님이 주시는 삶의 기쁨, 그리고 마라톤이 주는 성취감과 나눔의 기쁨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 미국 횡단의 꿈도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하루에 72km씩 75일이 걸리는 대장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기대하는 눈빛을 띄며 주님과 함께 뛸 것을 다짐했다.

 

기사입력 : 2009.09.09. pm 14:56 (편집)
정승환기자 (kg21@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