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뛰놀던 초등학교 교정이나 골목길을 오랜만에 둘러보면 어쩜 그것들이 그리도 작아졌는지 깜짝 놀라게 된다. 모든 것이 절반쯤으로 줄어 든 소인국에 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거꾸로 대개는 세월을 덧입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작아만 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어렸을 때의 꿈은 진짜 꿈이었을 뿐이고, 초라하고 남루한 옷을 겨우 걸친 듯한 자격지심으로 한없이 작아진다. 이 거대한 세상을 움직여 나가는 톱니바퀴, 그 한 귀퉁이조차도 차지하지 못하고 떠밀려난 인생이란 자괴감으로 더욱 절망한다. 어렸을 때의 꿈, 한 때의 장밋빛 꿈은 잿빛으로 변하여 이제 형태조차 없다. 꿈이 없는 인생, 목표가 없는 인생, 그래서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절망스러운 인생은 실은 죽음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천년 전에도 그랬고 또 지금도 그렇고 하나님은 이런 절망스러운 인생들을 찾으셨고, 그들을 변화시켰다.  예수님의 조상이 된 라합은 누구에게나 손가락질 당하는 술집 아가씨였고 사라는 절대로 수태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꼬부랑할머니 엄마였다. 하나님의 성전을 예비한 다윗은 불륜을 저지르고 충성스러운 부하를 죽인 살인마였으며 예레미야는 심약한 우울증 환자였다. 야곱은 중증 거짓말쟁이에 노아는 주정뱅이다. 도마와 기드온은 대표적 의심쟁이에, 베드로는 하루 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다혈질 가난뱅이 어부였으며 모세는 사람들 앞에 반벙어리나 다름없는 소심한 말더듬이 환자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불완전한 사람들만 모아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셨고, 이제 다시 한번 이 부족하고 작고 초라한 우리를 쓰시려 한다.

한 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왔다. 이 세상에서 크게 성공하여 많은 부를 얻고 누구에게나 존경받을만한 덕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율법적으로도 온전한 흔치 않은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어찌 하여야 제가 영원히 살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그 청년에게 그가 가진 것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면 하늘에서 보화가 그에게 쌓일 것이라 말씀하신 후 ‘그리고 나서 나를 쫓으라’고 하셨다. 바로 순종과 쫓음에 대한 말씀이었다.

하지만 그는 근심에 쌓여 돌아갔고 그 후 그가 천국에 입성했는지 영생을 얻었는지에 대한 결론은 성경 어디에도 없습니다. 망망대해 파도 속에서 인생의 좌표를 잃은 우리가 인생의 목표를 찾고 그 길로 나아가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을 쫓아가는 것이다.

너무나 작고 초라하고 수많은 죄로 인해 잔뜩 얼룩진 우리의 인생이지만 하나님은 바로 이렇게 작고, 초라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이어 가신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했다. 이 순종의 대열을 쫓아 로또 보다 더한 인생 대역전의 찬스를 맞아 보시지 않겠는가?
이병도 집사(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