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의 여러 캐릭터중에 주인공은 당연 덕만이다. 덕만은 후에 선덕여왕이 되는 인물로 어린시절을 고난과 고통가운데 지낸다.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왕궁에서 내쳐저서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까지 가게되고 갖은 고초와 고난을 겪는다. 그런데 덕만은 이런 시간들을 통해 사람을 모은다.

 드라마의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고도와 죽방이 그들이다. 유신랑 처럼 후에 선덕여왕을 돕는 충실한 조력자들 또한 이 고난의 시절에 형성된 인맥이다. 비교하여 다윗에게 닥쳐온 고통도 만만치 않다. 다윗은 블레셋이 압박을 가하던 나부의 유다 지파 출신이었고, 또한 사울에게 핍박을 받으며 블레셋 지역으로 도망다니는 인내의 세월을 지내야했다. 그러나 덕분에 블레셋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다윗은 최강의 블레셋 군사전략을 익힐 수 있었다. 또한 이들 가운데 그렛 사람과 블렛 사람과 가드에게서 온 600명으로 막강한 친위부대를 만들었던 것이다(삼상 15:18). 

 덕만에게 우직한 김유신과 꽃미남 화랑 알천랑이 있다면 다윗에게는 아름다운 동역자 요나단과 미갈이 있다. 다윗이 그를 죽이려했던 사울왕의 딸 미갈의 도움으로 몇 번이나 목숨을 보존했다면, 덕만은 최대의 적수 미실의 아들이자 비밀병기 비담과 일대혈전을 치루게 된다. 

 적을 대하는 태도에서 덕만과 다윗은 하늘과 땅 차이다. 미실의 아들 비담은 ‘비담의 난’을 일으켜 선덕여왕의 자리를 찬탈하려했으나 결국 죽음을 맞는다. 뿐만 아니라 일가가 멸족당하게 된다. 반면 사울에 대한 다윗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다윗은 얼마든지 사울을 죽일 수 있었지만 겉옷자락만 베고 그 행동 또한 마음에 찔려 괴로워하며 후회한다. 다윗에게는 원수까지도 감동시키는 영성과 분별력이 있었다. 

 하나님이 떠난 사울은 악령에게서 괴롭힘을 당한다. 신하들의 추천을 거쳐 다윗이 천거되는데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며 씩씩하고 날랜 용사로서 말도 잘하고 풍채도 좋은 수금 잘타는 다윗’으로 소개된다. 그런 다윗이 수금을 타면 악령이 떠나가고 사울은 회복되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싸움닭의 이미지만 부각되지만 사실 신라의 화랑들은 다재다능한 인재집단이었다. 그림과 악기를 다루어서 지성과 인성과 예를 갖춘 나라의 인재로 훈련되어졌다. 덕만이 악기 또한 잘 다루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타당성을 갖게 되는 이유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이끌어가는 또다른 중요 캐릭터는 단연 미실이다. 미실은 힘의 상징이다. 권력을 손에 쥔 악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간담까지 서늘하게 한다. 그 미실의 힘의 원천은 ‘사담의 매화’로 불리는 책력이다. 농경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천체의 운행을 근거로 한 달력이다. 미실은 무지한 상대방을 이용하여 정보독점을 노린다. 고급정보를 통해 사람과 힘을 통제하려한다. 그러나 사람의 지혜에 의지한 미실은 사람도 잃고 힘도 잃게 된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 였던 다윗은 왕이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하나님의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오는 일이었다.

 다윗은 모든 일에 지혜롭게 행했고 그 배후엔 하나님이 계셨기에(삼상18:14) 나라를 잘 다스릴수 있었다. 선교사 허드슨 테일러에게 성공적인 선교의 방법에 대해서 묻자 그는 “하나님의 방법은 사람입니다”고 대답했다. “내가 내 종 다윗을 찾아..”(시89:20)라는 표현처럼 하나님은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으시는데, 용모와 신장을 보시지 아니하시고 중심을 보신다(삼상16:7). 하나님 제일주의였던 다윗이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이다. 원수였던 사울조차 인정했던 하나님의 사람 다윗이야 말로 덕만과 미실을 합쳐놓은 것보다 더 큰 산이다.

임 훈 목사(강서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