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침대 위에 누운 청년은 뼈대만 앙상한 몸에 초등학생 정도의 키였다. 나이는 스물두 살. 둥글넓적한 얼굴에 아기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그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 병명은 신체무력증이란다.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기도 좀 해 주세요” 눈시울을 붉히는 엄마를 안고 같이 흐느꼈다. 세상에! 스무 해가 넘도록 단 한발자국도 흙을 밟지 못하고 죽어가는 자식이다. 스무 해 이상이나 그 자식을 거두는 동안 에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명문대의 어느 교수님은 혈압으로 쓰러졌다가 의식 불명이 되어 병원에 입원하였다. 늙으신 부모님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아들의 침대 곁에 망연히 앉아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도 질풍노도처럼 달려드는  고난을 비껴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전도실의 권사님이 그 병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누가 권사님의 옷자락을 잡더란다. 놀라서보니 의식이 없던 그 교수님이 침대에서 손을 뻗어 도와주기를 호소라도 하는 듯 옷자락을 움켜잡았다는 것이다.

 시립병원의 6인실에는  파킨슨씨병에 걸려 절망에 빠진 한 남성이 있었는데 그의 나이는 한창 가정을 돌 볼  40대 중반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요 아버지요 남편인 그의 상실감을 누가 무엇으로 위로해 줄 수 있는가.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신했지만  믿음으로 나아가 놀라운 치유의 기적을 체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제2교회 전도실의 전도자들은 모두 70여명인데 매주 70명에서 100여명의 사람들을 주님께로 인도한다. 그들 모두 전도에 대한 사명감으로 뜨거운 이들인데 주로 병원전도와 노방전도를 한다. 병원은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나약하게 만드는 곳이다. 내 힘으로 내 의지로  인생을 사는 줄 알았다가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고 겸손하게 만드는 곳이 병원이다.

 병원전도를 하면서 정말 감사해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살아가는 일이 괴롭다거나 세상 돌아가는 일이  시답지 않다고 불평하는 것은 아직도 혈기가 살아 있음이리라. 지금 우리가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눈물겹도록 부러운 이들이 있음을 생각하며 내게 주신 복을 세어보는 겸손은 주님 앞에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아슬아슬 보릿고개를 넘던 눈물겨운 시절이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풍요는 가히 상상도 못할 축복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느라 목소리 높이는 세상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감사하는 사람이 바로  주신 복을 세어보는 사람이며, 앞으로 더 많은 복을 받을 사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