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법원에서 아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70대 후반의 한 노인이 모 대학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던 도중에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결국 심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을 잃게 됐다. 그 후 그는 거의 식물인간 상태에서 병원측에 의해 간신히 인공호흡기로 생명만 연장되고 있었는데, 그 가족들이 병원측을 상대로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장치를 제거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까지 간 사건이었다.

 여기서 존엄사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소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 소극적 안락사는 어떤 사람의 생명이 거의 회복불능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와 같은 인공적인 생명연장 치료장치에 의해서만 간신히 생명이 유지되고 있을 때, 이러한 생명연장장치를 소극적으로 제거함으로써(소극적 행위) 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적극적 안락사’는 소극적으로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약물 주사와 같이 인위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어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현재도 적극적 안락사는 사람의 생명을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적극적 안락사를 행할 경우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해 처벌된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논란이 된 것은 이러한 적극적 안락사가 아니라 소극적 안락사(즉, 존엄사)로서, 생명연장장치의 단순한 제거라는 소극적 행위가 살인죄의 위법성을 벗어나 정당한 치료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만약 소극적 안락사가 정당한 치료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 소극적 안락사를 행하는 의사나 이를 권유한 가족들은 모두 살인죄의 공범으로 처벌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환자의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 진입, 환자 자신에 의한 사전지시, 전문가의 사전심사라는 제한적인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는 이러한 소극적 안락사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보아 허용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환자 자신이 자신의 치료행위중단에 대한 스스로의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이러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의해 소극적 안락사가 허용된다는 논리를 구성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가장 고귀하고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적으로도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가장 근본이 되는 권리로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생명권을 과연 각 개인이 처분할 자유가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사형제도가 있어서 살인죄와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의 경우에는 국가가 살인범의 생명을 박탈시키고 있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국가가 아닌 일반인(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생명을 박탈시키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명은 각 개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명권의 주체는 물론 각 개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각 개인에게 이러한 생명권을 처분(즉, 박탈)할 자유까지는 인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명은 천부적인 권리이다. 즉, 생명권의 보유자는 각 개인이지만 그러한 생명권을 갖도록 부여해 준 주체는 그 개인이 아니라 절대자 하나님이시다.

 절대자가 준 생명에 대하여 각 개인이 처분할 자유가 있을까? 각 개인은 생명권의 주체로서 생명을 향유하고 누리기는 하되, 그 처분(박탈)만은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제약을 안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닐까? 즉, 생명권은 다른 권리와 구별되는 신성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모두 생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의 영혼은 천하보다 귀하다고 성경은 말한다. 그 영혼의 가장 기본은  생명이다. 그 생명은 절대자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서 생명의 종말은 우리가 아니라 절대자의 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한상영 변호사(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