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일꾼이 바꾼 참 교육의 현장
공진초교 ‘행복한 학교’로 주변 부러움 사
기독 네트워크 통해 아이들의 필요 충족
축복의 통로로 사용된 것이 감사이자 보람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서울 공진초등학교. 전체 학급수 10개 뿐인 작은 학교지만 지난해 이 곳은 학력신장우수학교,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뽑혀 서울시 교육감 상을 3개나 받았다. 4년 전 30∼40명에 이르던 읽기 쓰기 단순계산을 잘 못하는 기초학습 부진학생도 올해는 4명으로 줄었다. 2년전부터 크리스천 청년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방과후에 국어, 수학,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3월부터는 전교생이 수업 시작 전 5분 동안 간단한 연산문제를 빨리 풀어내는 집중력훈련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이뿐 아니라 전교생에게 3년 전부터 오카리나(도자기로 만든 관악기의 일종)를 연주와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바이올린, 축구, 사진 등 다양한 학습도 시행한다. 그래서 이 학교 학생들은 “학교오는 것이 즐겁고 재밌다”고 말한다.
서울시에 있지만 몇 해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섬’이라고 부를만큼 관심 밖에 있던 이 학교가 언론을 통해 소개될 정도로 우수한 학교가 되기까지는 이 학교 조영옥 교장의 헌신이 컸다.
2006년 3월, ‘교장’이라는 이름을 처음 달고 공진초교에 부임한 조 교장은 넉넉하지 않은 생활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학교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정규 수업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품을 팔며 외부 지원을 끌어왔고, 아이들은 사립학교 못지 않은 특별 교육으로 일찍 재능을 발견하고 있다. 부임 직전 몇 달만 기다리면 더 큰 학교의 교장으로 갈 수 있었던 그가 작은 학교 ‘공진’을 선택하고 변화의 주역이 된 것은 전적인 하나님 계획이었다.
“어려운 학교에 초빙교장으로 발령받기까지 하나님께서 교회 헌신 예배를 통해 당신의 계획을 알게 하셨죠. 막상 학교에 부임하고 선생님들과 대화해보니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아침 식사 등 기본적인 문제 해결이었어요”
조 교장은 즉시 교회 소속 제과제빵팀에 연락을 하고 아이들에게 빵을 지원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당연히 오케이였다. 제과제빵팀의 후원은 벌써 4년 째 접어들고 있고, 복지관과 교육청 지원까지 이어져 학생들은 아침 밥을 먹고 수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배고픔에 지쳐 수업 시간이 엎드려 있거나 짜증을 부리는 아이들은 행복한 얼굴로 변했고, 수업태도 역시 적극적으로 변했다.
조 교장은 다양한 특별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자존감도 높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오카리나였지만 막상 강사를 어떻게 구해야할 지 막막했다. “우연한 기회에 사석에서 오카리나 강사를 만나게 됐죠. 아이들에게 오카리나를 가르쳐 줄 수 있는지를 물으니 바로 승낙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몇 일 뒤에는 전화로 기쁜 소식이라며 오카리나를 만드는 어떤 사장이 학생 모두에게 오카리나를 나눠주고 싶어한다고 알려주더군요.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바이올린교실도, 사진교실도, 축구교실도 조 교장이 계획하고 추진하는 일 뒤에는 언제나 이같은 하나님의 돌보심이 있었고, 믿음의 후원자들을 끊이지 않았다. 그들의 헌신은 아이들에게서 곧바로 나타났다. 한 아이는 바이올린 영재로 발탁 돼 특별 교육 중이며, 교사들이 고개를 흔들며 포기했던 한 아이는 축구에 두각을 보이면서 축구 명문 중학교에 입학해 공격수로 활동 중이다.
조 교장은 후원에 나선 믿음의 동역자들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재밌는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축구 코치는 보수도 받지 않은 채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며 가르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자비로 박지성 선수가 소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어요”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조 교장은 끝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했다.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감동으로 남아야 한다며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학사모에 가운을 입혀주기도 했고, 입학하는 아이에게는 왕관을 씌워주며 개개인 사진촬영과 더불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어린이날에는 해병대 의장대를 초청해 사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조 교장은 정규 수업이 없는 토요일(놀토)마다 점심을 굶는 아이를 위해서는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등 크리스천들을 네트위크 삼아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이끌기도 했다.
“힘들지 않아요. 아이들이 먼 훗날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저를 축복의 통로로 세워주신 것이 감사할 따름이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이 아이들 중 이 나라의 지도자가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아이들이 커서 공진초교의 생활을 떠올리며 저를 기억해준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이겠죠”
하나님의 선한 일꾼으로 지금까지 공진초교를 이끌어온 그는 이곳에서의 남은 반 년의 임기동안 아이들에게 더 해줄 건 무엇인지 또 고민한다. 정년까지 2년 반의 교직 생활을 남겨두고 있는 그는 “공진초교에 남아 어려운 이 아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지, 아니면 임지를 옮길 지는 하나님의 뜻대로 따르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명의 아이를 사회의 일원으로 훌륭히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영옥 교장처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믿음의 일꾼들이 교육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인성과 지성이 겸비된 참 지도자들로 자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