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뜰엔 초하의 풍경이 싱그럽기만 하다. 새들은 벚나무 그늘에서  휘파람을 불고 담벼락엔 넝쿨장미가 불타고 있다. 참으로  눈부신 계절의 길목이다. 병실은 여전히 침묵으로 가득하다.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에게 계절이야 변하든 말든  관심 밖이다. 하루빨리 병이 나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그들에겐 지상 최대의 과제이리라.

 병원 전도를 다니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복음을 전하면 반응도 가지가지다.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기도해 달라며 옷자락을 붙잡는 이들도 있다. 복음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쪽은 아무래도 암병동의 말기 암 환자들이다. 복수가 찬 사람들, 황달이 들어 얼굴이 노란 사람들…. 그들을 위해 기도하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난다. 건강한 몸으로 살아도 인생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 했는데 병원에서 신음하며 소모하는 인생이 참으로 눈물겹다.

 40대 초반의 어느 여인은 간암을 앓는데 가족 모두가 병원살이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간병을 하고  두 아이는 눈치껏 침대 주변을 팔짝거리며 뛰어다녔다. 천진한  아이들에겐 병원도 엄마가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공간이고  숨바꼭질 할 수 있는 하나의 놀이터인 것이다. 침대에 누운 채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삶을 향한 뜨거운 소망을 읽었다. 마음이 열린 그 가족은 모두 결신을 했다.

 치료효과가 확실한 병실의 환자들은 비교적 반응이 냉담한 편이다. 인간의 과학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하나님을 거부하게 만드는 원인이리라. 그럴 땐 참 마음이 아프다. 병원을 나서면 길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분주하다. 신록의 가로수와 초여름 눈부신 햇살 속으로 걸어가는 저 사람들은 이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고 있을까? 

 주어진 행복은 모르고 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열망만 키워 온 것이 하나님께 참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살이가 힘들다하지만 병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에 비해 우리는 감사할 것이 참 많다. 감사를 모르는 우리는 영적환자인 것이다. 하나님, 우리에게도 치료의 광선을 발하여 주소서. 간절한 기도의 여진이 종일토록 남았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