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가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적에 대한 효과가 정말 있는지를 실험해 본 적이 있었다. 우선 부적을 만드는 사람에게 찾아가서 벌레를 쫓는다는 부적을 몇 만원 주고 사왔다. 그리고는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개미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벌레를 수백 마리를 집어넣고 그곳에 그 부적을 살며시 놓았다. 과연 벌레들이 부적을 피해서 도망갈까? 호기심이 가득한 카메라가 그 장면을 생생하게 촬영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정말 부적을 만든 사람의 말처럼 모든 벌레들이 일제히 부적을 피해서 이리 저리 도망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부적이 효과가 있단 말인가?

 이번에는 호랑이가 부적을 가장 무서워 한다는 무당의 이야기를 듣고 생닭의 속에다 부적을 넣어 동물원의 호랑이 우리에 던져 보았다. 배가 고파서 으르렁 거리던 호랑이들이 사육사가 던져 준 생닭을 보고는 달겨 들었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일까? 호랑이가 생닭을 물어 뜯으려다 슬며시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버리는 게 아닌가?
 부적은 정말 벌레도 내쫓고 호랑이의 허기도 포기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호랑이는 정말 부적을 무서워 하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는 또 다시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부적을 내가 직접 그렸다. 부적 용지에 그림을 그리는 빨간 잉크인 경면주사를 이용해서 내 이름도 쓰고 여러 가지 낙서를 했다. 그것은 분명히 부적이 아니라 그냥 낙서 종이에 불과했다. 그리고는 그 종이를 또 다시 벌레들이 바글바글한 아크릴 상자에 던졌더니 놀랍게도 역시 벌레들이 모두 도망을 갔다. 호랑이도 역시 고개를 외면했다. 나중에는 그만 던지라고 호랑이가 우리를 향해 성질까지 부려댔다. 왜 그럴까?

 나중에 전문가들에게 이런 실험 결과를 갖고 질문을 했더니 벌레들이 가장 싫어하는 냄새가 바로 그 경면주사에서 나오는 독특한 냄새라는 것이다. 호랑이 역시 생닭에서 나오는 경면주사의 냄새를 몹시나 싫어한다는 것이다. 결국 부적의 그 영험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냄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그대로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을 탔다. 시청자들이 모두 웃었다. 물론 그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한 담당 피디도 슬며시 지갑 속의 부적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부적은 누구의 생명도 안전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우리의 앞길을 예비해 주시고 오늘도 우리를 지켜 보호해 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시다.

김종철(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