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스리랑카에 선교사로 가자 마자 당혹스러운 일을 만났다. 사람들이 숟가락, 젓가락 없이 맨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하기 위함인가 생각해 보았다. 유럽의 영향을 받아 포크, 나이프가 시장에 있었는데, 그리 비싸지 않았다. 가난의 문제 때문은 아닌 듯 했다. 필자는 스리랑카에서 초기에 학생으로 체류했었는데, 지도 교수와 점심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해외에서 공부한 지식층인 교수이므로 포크, 나이프를 사용할 것으로 짐작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대학 식당에 갔다. 같이 자리에 앉았는데, 교수는 일어나더니 벽 쪽에 가서 수도를 틀고 오른 손을 물로 닦았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손으로 카레밥을 먹기 시작했다.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은 교육의 문제도 아니었다. 지도교수가 손으로 먹기 때문에, 필자도 할 수 없이 손으로 먹었다. 이상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손으로 먹어보니 괜찮았다. 이 후에 현지 기독교인들과 만날 때 손으로 먹었다. 그랬더니 그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좋아 했다. 스리랑카 사람들이 먹는 쌀은 끈기가 없어서, 카레 반찬과 밥이 숟가락에 잘 모여지지 않는다. 손으로 하면 잘 버무려 뭉쳐서 먹을 수 있다. 손으로 계속 먹다 보니 손으로 먹는 것이 더 제 맛인 것 처럼 느껴졌다. 손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더 맛있게 한다고 한다.
 스리랑카 사람들이 손으로 밥을 먹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 특유의 음식 문화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이 옳고 다른 방식은 틀렸다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을 볼 때 문명적으로 낙후되었다고 무시하는 마음을 갖기 쉽다. 선교지의 사람들은 우리와 살아가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학생이 교수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표시하지만, 한국에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해야 한다. 미국 학생이 한국에 유학와서 한국인 교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면, 한국 교수는 아마도 깊은 감명을 받을 것이다. 한국 교수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한국교수는 생김새는 자신과 많이 다르지만, 이 학생에게 왠지 친밀감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을 이해하고 동화되려는 태도와 노력에 감명을 받기 때문이다. 선교는 문화가 다른 사람들, 사는 방식이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낯선 사람들이다.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들에게 친근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 유명한 선교사 허드슨 테일러는 중국 사람들처럼 변발을 하고 중국 사람들의 복장을 입었다. 그러자 중국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서양인이지만, 중국 사람들처럼 모양을 취했을 때, 중국 사람들은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자신들의 것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선교학에서 선교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친밀감을 쌓는 원리를 동화(同化, Identification)의 원리라고 부른다.
 여름 방학이 되면 단기 선교를 많이 떠난다. 여행 차림 혹은 한국에서 늘상 입는 차림으로 가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선교 현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복장이 어떻게 비쳐질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복장이 선교 현지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장이 될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의 마음이 우리에게 열리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기준대로 우리를 보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여러 사람에게 내가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몇 사람들을 구원코자 함이니”(고전 9:19, 22)라고 기록한다. 우리는 죄는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 하지만 죄가 아닌 현지인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선교의 중요한 기초이다. 우리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을 볼 때, 그들은 우리의 겸손한 태도에 감동을 받고 우리에게 친밀감을 갖고 우리를 신뢰하고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복음을 들을 것이다.  (미국 베데스다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