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IMF사태가 발생한 후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새롭게 떠올라 우리 국민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IMF사태와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가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부족, 즉 달러부족사태로 둘 다 해외부문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단지 IMF사태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부채 과다현상 그리고 국내 증권시장에 투자하던 외국투자자들의 갑작스런 이탈현상으로 국내금융기관이 외화유동성 부족상태에 빠진데 반해, 글로벌 위기는 미국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공통적으로 달러유동성 부족사태에 빠지게 돼 결국 경제위기가 초래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법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2008년부터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시장의 문제점으로부터 파생됐다. 이러한 주택담보 대출시장의 이면에는 우리나라의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리’가 가장 중요한 밑받침이 된 것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모기지는 우리 물권법에 있는 저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주택자금대출시 채무자의 주택에 대하여 저당권을 취득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비우량 채무자에 대하여 대출을 하고 저당권을 취득한 것을 말한다. 신용도가 가장 높은 우량자에 대한 대출은 프라임(Prime)대출이고, 중간등급의 신용도를 가진 자들에 대한 대출은 알트에이(Alt-A)대출로 분류가 된다. 이러한 주택담보대출 중 당연히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비우량자에 대한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이 가장 부실하게 돼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자산 유동화는 고정화된 비유동성 자산을 매매하기 쉬운 증권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대출은행이 채무자에게 주택자금을 대출한 후 그 대출채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대출은행은 그 대출금이 상환될 까지 자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즉, 대출채권의 고정화 현상) 어떻게해서든지 그 대출채권을 다른 기관에게 채권 양도 방식으로 양도하고 싶을 것이다(대출채권의 유동화). 이러한 채권양도 방식을 통해 대출은행은 신속하게 채권양수인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여 또 다른 차입자들에게 새로운 대출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최초 대출은행의 정상적인 거래행위로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채권을 양수받은 채권양수인에게서 발견된다. 즉 채권양수인은 위와 같은 채권양도 방식으로 양수받은(이전받은) 여러 대출채권들을 근거로 두 가지의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첫째는 풀링 과정(Pooling·집단화 과정)이다. 풀링 과정은 자신이 대출은행으로부터 양수받은 수많은 대출채권들의 모양이 각양각색이라서, 즉 금액, 만기, 이자율, 신용위험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들 대출채권들을 다시 재정리하는 것이다. 금액, 만기, 이자율, 신용위험도를 기준으로 이들 대출채권들을 그룹별로 재정리하는데, 그렇게 하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대출채권들을 기준으로 다시 새로운 증권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증권을 만드는 두 번째의 과정을 증권화(Securitization)과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의 증권화 과정에서는 그룹별로 재정리된 채권들을 근거로 금액, 만기, 이자율, 신용위험도가 균질적이고 통일적인 증권들을 다시 창조하여 발행한다. 이렇게 발행된 증권들을 자산담보부증권(Asset-backed Securities)이라고 한다.

 특히 풀(Pool) 속에 있는 채권이 위와 같이 주택담보부 대출채권인 경우 주택저당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라고 한다(MBS증권이라고 함). 이렇게 발행된 MBS증권들을 다시 풀링 과정과 증권화과정을 거치면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DO증권이라고 약칭함)이 창조된다.

 이렇게 발행된 MBS증권과 CDO증권들은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그런데 미국의 주택가격이 2008년도 경에 갑자기 하락세로 반전하여 대출채무자들이 주택대출금의 원리금을 연체하자, 먼저 채권양수인이 그 피해를 입고, 그 다음 연쇄적으로 MBS, CDO증권을 매입한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게 돼 발생하게 된 것이 미국 금융위기의 모습이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 중에는 결국 몰락의 길을 가게 된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미국의 투자금융기관들이 있다.

한상영 변호사(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