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것을 누릴것인가 거부할것인가선택하는 문제이다. 대중문화에는 일반적으로 ‘쾌락’의 요소가 들어있다. 그러므로 수용과 거부사이에는 피치못하게 쾌락과 금욕의 이분법이 존재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문화적 활동을 정죄와 비판의 시각으로 본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된다. 훌륭한 문화는 능력있는 그리스도인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또한 성숙한 안목을 가진 관객이 있어야 한다. 만드는 자와 그것을 누리는 자가 공존해야만 문화를 이루어갈수 있다. 좋은 문화란 그 컨텐트속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이 필수적으로 들어있어야 한다.

 최근에 개봉된 노잉(Knowing)이라는 영화를 보면 종말론을 아슬아슬하게 다루고 있다. 유명대학의 교수이자 무신론자인 니콜라스 케이지가 세상의 종말로 가는 징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결국은 지구멸망을 맞는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물론 이 영화가 기독교의 종말론을 정확히 전하고 있다고 단언하기엔 구석구석허점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절대자’의 힘에 대한 존재여부를 어느정도 표현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자칫 기독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착각할수 있게 만들면서도,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종교적인 색체가 강한, 기독교적인 영화다”고 치부해 버릴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독교 세계관을 완벽하게 문화속에 표현하기는 쉽지않다. 

 벤허라는 영화가 기독교적인 거룩한 영화라고 보는 시각은 우리들 크리스천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세상사람들은 벤허를 대표적인 헐리우드형 영화라고 본다. 화려하고 웅대한 스케일의 재미난 영화쯤으로 본다. 문화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스며들듯이 기독교 세계관이 보는 이들에게 젖어들어야 한다.  

 한 방송국의 드라마를 살펴보자. 내조의 여왕. 현대 직장인의 세태를 무겁지 않게 꼬집으며 남편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볍지않은 드라마. 토사구땡 군대일학을 외치는 여배우의 심각한 얼굴에서 시청자가 웃을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보유한 드라마이다. ‘성공한 남편뒤에는 헌신한 아내의 내조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도리어 드라마에 나오는 아내들은 좌충우돌 남편을 수렁텅이에 몰아넣기도 하고 알콩달콩 줄서기에 앞장서는 인물로만 표현된다. 

 그렇다고 내조의 여왕이 좋은 드라마일까? 그렇지는 않다. 드라마 내내 시청자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못하게 하는것은 등장인물들간의 ‘불륜’이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그 불륜에 불편해 하지 않는다. 될듯 말듯 보는 이들의 속을 태우기만 한다. 불륜이면서도 불륜이 아닌 드라마속 캐릭터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어디까지가 괜찮은거지?”라는 잘못된 판단을 우리안에 심는다. 아니 정확히 ‘우리안에 젖어든다’고 해야겠다. 

 문화는 마치 돼지 인플루엔자와도 같다. 쉽게 전파되지만 강항 영향력을 행사한다. 절대진리가 없는 세상에 예수그리스도의 진리를 전파하는 일은 스며들듯이 전염성을 가져야 한다. 능력있는 그리스도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문화 컨텐트들이 많이 필요한 때다.

임 훈 목사(강서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