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공사업자의 억울함)

  A는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낡아서 공사업자 B를 시켜 수리한 적이 있다. 그런데 A는 아직도 공사비 1000만원을 B에게 주지 않고 있다. 억울한 공사업자 B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공사업자는 유치권을 행사하면 된다

 억울함을 당한 공사업자 B가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다(민법 제320조). ‘유치’는 ‘어떤 물건을 자신의 지배하에 놓는 것’을 의미한다. 유치권을 취득하는 사람은 채무자로부터 자신의 채권액을 다 받아낼 때까지 유치물에 대한 점유를 계속할 권리가 있다.

 위 건물의 경우도 공사업자 B가 이 건물에 대하여 공사를 해주었는데도(공사대금 채권의 발생), 건물주인 A가 그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사업자 B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일종의 ‘버티기 작전’으로써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공사업자가 유치권을 행사하여 이 건물을 공사업자의 지배아래 묶어두면, 건물주 본인 A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므로(유치권은 채권이 아니라 물권이므로 제3자에 대하여도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 효력이 있음) 결국 채무자인 건물주 A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공사업자 B에게 공사대금을 다 갚을 수 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힘겨루기에서 공사업자인 채권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유치권의 본질적인 효력이라 할 수 있다. 

2. 임차보증금이나 권리금은 유치권이 없다

 그러나 모든 채권자에게 이러한 유치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과 같이 B의 공사대금 채권이 애당초 그 공사대상인 건물 자체로부터 파생된 밀접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공사업자에게 유치권이 인정된다(견련성이라고 함). 따라서 공사대금 채권과는 달리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갖는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은 건물자체에서 파생된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임차인에게는 유치권이 없다. 권리금도 마찬가지다.

3. 아파트 여러 세대를 공사한 경우

 공사업자 B가 아파트의 3개 세대의 창호공사를 맡아 공사를 해주었는데도  창호공사비를 받지 못해 결국 어느 1세대를 점유하여 유치한 경우에는 어떤가? 공사계약 당시에 세대별로 공사대금을 받기로 약정한 적이 없다면, 공사업자 B는 3개 세대 전체의 창호공사비를 다 받아 낼 때까지 그 1세대에 대한 유치권을 계속하여 유지할 수 있다.

4. 정착물인 경우에는 유치권이 없다

 예를 들어, 공사업자가 토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고 있는데 그 건물이 아직은 독립한 건물로 보기 어려운 초기 단계에 중단된 경우가 문제이다(건물이 아니라 정착물이라고 함). 이 정착물은 아직 건물이라고 볼 수 없고 토지의 일부가 된다(토지에 부합됨). 그런데 ‘건물’ 공사비에 대한 채권을 받기 위해 건물 아닌 ‘토지’에 대해 유치권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공사업자는 공사가 독립한 건물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유치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다.

5. 유치권자는 건물이 경매되어도 경매를 받은 매수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

 공사업자B가 유치권을 행사하여 건물을 유치하고 있음에도 건물주인 A가 끝까지 공사대금을 갚지 않고 있을 경우에 B는 이 건물을 경매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유치권은 단지 유치물을 지배하는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경매대금의 배당에 있어서 공사업자 B에게 저당권자와 같은 우선순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매를 받은 사람이 경매 받은 유치물을 실제 이용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원래의 채무자 A를 대신하여 공사업자 B에게 공사대금을 대신 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6.단, 건물이 압류된 이후에는 주의해야 한다

 건물주인 A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 다른 채권자들에 의해 결국 이 건물이 경매개시돼 압류가 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건물주인 A는 자신의 건물이 다른 채권자들에 의해 압류된 것에 앙심을 품고 경매가 잘 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꾀를 내었다. 즉 , 자신의 건물이 압류된 이후에 공사업자B와 짜고서 건물에 대한 점유를 B에게 이전한 경우에도, 공사업자 B가 이 물건을 경매절차에서 매수한 사람에 대항하여 유치권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압류시점부터는 건물을 처분하는 것이 금지되므로(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이라고 함), 공사업자 B의 점유도 불법이 되기 때문에 불법한 점유자 B에게는 유치권이 인정될 수 없다. 즉, 경매 절차에서 이 건물을 매수한 매수인(경락인)은 유치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하게 건물을 소유할 수 있다.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