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40세 넘어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사람이 전체 크리스천의 4% 밖에 안 된다’는 통계를 본 적 있다. 나이 들수록 예수 믿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전도와 관련된 말씀을 읽거나 전도를 강조하는 설교를 들을 때마다 ‘주변에 40세 넘은 친구가 대부분이니 전도하기 힘들어”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하곤 했다.

 얼마 전 느닷없이 타종교를 믿는 두 친구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서울에 있다니 한 번 가보자”며 자발적으로 나를 따라나섰다. 그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목사님 설교말씀이 귀에 착착 감긴다”며 매주 나와 함께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요즘은 성경책을 열심히 읽으면서 나에게 질문도 하고 감상도 전해준다.

 누구나 다 알고 있겠거니 했던 성경 속의 이야기를 친구는 너무나 새롭게 받아들인다. 어느 날 목사님이 ‘선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설교를 하자 그 친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예배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성경에 있는 줄은 몰랐다. 선한 사마리아인을 착한 일 하는 사람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었다. 전체 스토리를 알고 나니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다”

 그 후부터 친구는 단어의 기원을 새롭게 깨닫게 될 때마다 몹시 기뻐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성경말씀에서 차용한 제목이구나. ‘빛과 소금’ ‘달란트’ 같은 말도 다 성경에서 비롯됐네”

 친구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13일의 금요일 의미를 아느냐”는 퀴즈를 냈더니 다들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영화가 나와서 그런 말이 생긴 거잖아”라고 했단다. 친구는 그들에게 금요일에 열린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에 참석한 13인에 관해 설명했다며 뿌듯해했다. 새삼스럽게 BC(before Christ)의 의미 앞에서 숙연해졌다고도 했다.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부른다. ‘영혼 구원’이라는 중차대한 문제 앞에도 유혹 당하지 않을 만큼 마음이 각박하다는 뜻일까? 웬만해선 감동 받지 않는 40대 이상 세대에게 생활과 문학과 역사 속의 예수님을 제시해보면 어떨까. 감성보다 이성이 납득해야 비로소 관심을 갖는 불혹의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지적호기심을 자극할 ‘성경 속 꺼리’를 잔뜩 준비해 가보자.

 모태신앙인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개념이 복음으로 통하는 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깨달았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 수많은 불혹들이 방황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