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9년 12월 어느 날,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농민반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총살형에 처하게 된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 선 그의 얼굴에는 두건이 씌워졌고, 잠시 후면 심장을 관통할 병사들의 소총이 그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그 순간 도스토예프스키는 맹세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살아 나간다면 남은 인생의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겠다” 

 그의 결심이 하늘까지 닿은 것일까? 때마침 마차 한 대가 광장을 가로질러오더니 사형 대신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전갈을 사형집행인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 그는 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지난 일을 돌이켜보고 실수와 게으름으로 허송세월했던 날들을 생각하니 심장이 피를 흘리는 듯하다. 인생은 하나님의 선물…. 모든 순간은 영원의 행복일 수도 있었던 것을！ 아아 좀 더 일찍, 좀 더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이제 내 인생은 바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그렇게 떠난 4년간의 시베리아 유배생활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 살을 에는 혹한 속에서 무려 5kg에 달하는 쇠고랑을 팔과 다리에 매단 채 그는 창작에 몰두했다.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소설을 쓴 후 모조리 외워두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81년 죽는 날까지 미친 듯한 열정으로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대작을 잇달아 내놓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화학 선생님이 ‘질량불변의 법칙’을 설명하시면서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선생님은 비커에 탄소막대를 넣은 후 저울로 단 무게와 그것을 연소시킨 후에 단 무게가 똑같다고 하시며 물질에 어떤 화학반응을 가해도 그 물질의 질량이 변함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양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젊었을 때 놀기만 하면, 즉 즐거움의 상당부분을 써버리면 나이가 들어서는 필연적으로 고생하게 된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젊어서 누구보다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노력한 사람들이었다. 돌이켜보면 화학 선생님의 그 말씀은 우리 삶의 성공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질량불변의 법칙처럼 노력한 만큼 성과로 보상받는다는 성공의 기준을 잊어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이기는 사람 중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명한 희곡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지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적혀 있다.

 “우물쭈물 살다가 내 끝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참으로 위트가 넘치는 말이다. 자신의 비문에 이런 말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부럽다. 그러나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세계적인 작가이자 위대한 비평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마저 죽음에 임박해서는 자신의 게으름을 자책하며 이런 문구를 비문에 써달라고 했다니, 한편으론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얼마 전 모든 것을 남기고 선종하신 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삶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시간이 우리를 성장시켜준다’라는 믿음이다.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면 저절로 더 지혜로워지고 더 성장하게 될 거라는 믿음 말이다.

 그러나 시간에 대한 진정한 진리는 ‘시간은 모든 것을 낡게(혹은 늙게) 만든다’는 것뿐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성장의 길로 안내하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과 자기관리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간을 적당히 흘려보내고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음을 명심해야한다. 그러기에 성경에도 ‘세월을 아끼라’고 여러 번 강조하지 않았던가. 불황이라고 한탄만 해서는 안 되겠다. 모두 같은 조건에서는 오늘 바로 끝내야할 과제를 찾아서 구슬땀을 흘리는 동사형 인간으로 성취를 향해 달음박질 쳐야겠다.
전옥표 교수(숭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