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 독한 요부가 되어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는 쉽지않은 설정, 여자들의 꿈과 소망을 담은 드라마를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는 S본부 일일드라마로 태어나 우리나라 국민 열 명중 네 명의 눈과 귀를 독하게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보기보다 더 독하다. 애리는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지 못하고 죄악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반대편에 서있는 은재 또한 애리의 길을 은근히 따라가고 있다. 허허실실 규빈은 보는족족 간통죄의 악순환 고리를 못끊고 헤매고 있으며, 배반의 영에 자신을 팔고 재물을 얻은 정하조, 허영의 영에 휩싸여 독설을 내뿜는 백미인 등 등장 캐릭터중 정상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운의 출생비밀을 가졌을망정 ‘은재오빠!’를 외치며 우리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열살지능의 하늘이 조차도 등장인물들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유혹’이라는 주제는 창세기에서 뱀으로부터 시작됐다. 뱀의 달콤한 언변에 눈이 멀고 기억력이 마비된 하와가 유혹에 넘어갔고 에덴동산에서 퇴출당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을 떠나 광야를 방황할 때 대충 옷 입고 춤을 추는 모압여자들의 유혹에 빠져 음행을 저지르고 수만명이 죽었다. 다윗은 목욕하는 밧세바에 필이 꽂혀 끔찍한 죄악의 소용돌이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보다 드라마틱한 성경 속 유혹스토리는 형들에 의해 애굽에 팔려간 요셉의 경우에 나타난다. 요셉은 보디발의 가정에서 중직을 맡아 탄탄대로를 걷는다. 그러나 노예의 신분이었던 그에게 보디발 아내의 등장은 거센 유혹이었다. 드라마 속 규빈은 졸부 아버지 밑에서 한량으로 자라나 이성의 유혹에 자라목 늘리듯 여성편력을 확대해 나가지만 요셉의 태도는 달랐다. 단호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 우선주의였다.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죄를 경계하며 단절을 선언한다. 요셉은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관이 분명했다.

 드라마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눈과 귀를 엄청난 양의 메시지로 채우고 그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고정된 가치관을 심어놓는다. 고정된 가치관은 우리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에 기초가 된다. 간접체험을 통해 형성된 잘못된 가치관이 ‘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싫음’으로 모든 사물을 판단하게 만든다. 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는 판단력도 형성한다. 결국 다른이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이질적인 가치관을 이끌어내며 드라마에서의 삶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전문가들조차도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거나 0.5% 앞서간다는 잘못된 분석을 내어놓고 있는 것이다.

 ‘막장 명품 드라마’로 칭송받는 ‘아내의 유혹’을 보면서 보디발 아내의 끈질긴 유혹앞에 발 빠른 판단력을 보여준 요셉을 다시 생각해본다. 평상시에 성령 충만함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이 막장문화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유혹이 어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임 훈 목사(강서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