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를 떼라”

 신문보도에 의하면 국내 첫 ‘존엄사’ 인정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늦어도 2월초엔 이루어질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인공호흡기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씨(76세)는 작년 10월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1심 판결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받는 첫 국내 환자가 됐다. 김씨는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가족들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연세의료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서부지법의 1심 판결 후 병원 측은 항소심을 뛰어넘어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비약적 상고’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원고 측이 이에 동의하지 않아 항소심이 진행되게 되었다.

 존엄사를 말하기위해 안락사에 대한 기원부터 살펴보자. 안락사(euthanasia)라는 단어는 훌륭한 죽음(good death)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고, 17세기초 영국 철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훌륭한 죽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또다른 논란을 파생시키는 것이기에 제껴놓고, 1998년에 미국에서 죽음의 의사로 악명 높았던 잭 케볼키안의 사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잭은 루게릭병에 시달리고 잇던 52세의 토마스 유크에게 독약을 주사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는 8년여동안 환자 93명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잭 케볼키안의 행위는 죽음을 재촉하는 적극적인 안락사에 해당한다. 반면에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 전에 “소생시키지 마시오”라는 의사표현을 했을때 의사가 생명유지를 위한 조치를 더 이상 하지않는것,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 즉 소극적 안락사인 존엄사이다.

 성경은 전도서 8장 8절에 “죽는 날을 주장할 사람도 없으며”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본인이건 가족에게건 임종에 대한 선택 권한은 없다. 죽고 사는 문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욥의 고백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야훼시요 거두신 이도 야훼시오니 야훼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1:21).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안락사에 대한 논쟁은 옹호론자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었다. 특히 안락사 허용은 여러 가지 난제에 부딪히면서 존엄사라는 모습으로 변형되어 진화되기도 한다.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이야기함으로 극히 인간적인 배려에 초점을 두어 허용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그러나 존엄사 허용이 사회법으로 인정된다면 그동안 잠잠했던 논쟁꺼리들이 쏟아져 나올것이다. 적극적 안락사 논쟁으로 다시 점화될 것이며 낙태, 자살 인정등을 옹호하는 자들의 입김이 세어질 것이다.

 존엄사 허용을 옹호하는 자들은 논란에 있어 종교적인 접근을 아예 배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 만큼 종교가 갖는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독교문화가 사회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2월에 선고가 내려지는 존엄사 허용 논란에 앞서 우리부터 신앙적인 무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