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가 밝았다’라고 말하기가 어쩐지 자신 없는 2009년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모두들 죽을상을 하고 있다. 1991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로 일하다가 2년 후 프리랜서도 독립했는데 당시 내가 느낀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태평성대였다. “돈 많이 줄테니 일 좀 해달라”는 회사가 즐비했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연초마다 대통령이 으레 하던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 올해 대운(大運)이 들었다. 경제를 비롯하여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당시에는 경제가 안정되었으니 딱히 반발할 건더기가 없었다.
 라디오 경제프로그램 작가로 일할 때인 1997년 7월,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낙관했다. 외환위기가 코앞에 닥쳐왔을 때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잠깐 외화 유동성 위기가 올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펀더멘털이 튼튼해서 문제없다.”

 결국 외환위기로 IMF 관리체제가 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가부도’라는 충격적인 사태를 맞았다.
 그 후 “감(感)을 믿는다”“대운이 들었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은 쑥 들어가 버리고 어떤 전망이든 항상 수치가 동반되었다. 금융기관들은 정확한 이자율을 제시했고 증권전문가들은 갖가지 자료를 제시하며 종합주가지수를 예측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 지수가 2000에서 3000까지 간다고 예측하는 증권전문가들이 많았지만 불과 몇 달 후 주식과 펀드는 대폭락 사태를 맞았다.

 인간의 예측은 한계가 있다. 사람이 장밋빛 계획을 세워도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한 해, 희망찬 나날로 만들려면 인도자를 정확히 알고 따라가야 한다. 막연한 감과 골머리 짜내서 뽑은 수치를 신봉할 것이 아니라, 우주 질서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 2009년은 불황일지 모르나 하나님의 사전에는 불황이란 없다. 2009년에 고난과 탄식의 행군을 할 것인가, 키를 맡기고 순탄한 항해를 할 것인가, 선택은 각자에게 달려있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