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엎드린 조용한 마을에 작은 예배당이 생겼다, 뎅그렁뎅그렁 맑은 종소리가 마을 구석구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해 겨울 성탄절이 다가오자 예배당 문 앞에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처음 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꿈속처럼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전나무에  별들이 박히고, 달랑거리는 은종과 금종이며 색종이 사슬들이 온몸을 휘어 감았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이끌려 어린 시절의 나는 몇 번인가 예배당에 나갔는데, 그 시절에 요셉의 꿈 이야기며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고 요한복음 3장 16절 찬송도 배웠다. 이것이 교회에 나간 내 기억의 전부이다.

 수십 년 세월이 흐른 후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내 귀에 그 때의 종소리가 다시 들렸다. 가슴에 사무치도록 그리운 종소리였다.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불 일 듯 일어났다. 불안과 초조, 알 수 없는 공포심으로 고통스럽던 내게 주님이 구원의 손길을 내미신 것이다. 

 눈보라가 매섭게 휘몰아치던 한겨울,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손을 잡고 난생 처음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칼날 같은 눈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성전 뜰에서 잠시 성전을 올려다보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주위가 봄날의 꽃밭처럼 변하는 게 아닌가! 

 순간 마음에  평화가 밀려왔다. 그토록 불안하던 마음에 밀물져오던 그 때의 평안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서 놓여났다. 지금도 성탄절이 다가오면 내가 살던 고향 마을 작은 예배당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각난다. 

 성탄절을 앞두고 성전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되었다. 성탄의 은혜와 사랑이 실린 아름다운 종소리가 먼먼  산골 작은 동네까지 울려 퍼지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