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심방이 많지 않지만 나의 전도사 시절 때는 말할 것도 없었고, 선교사 생활하다가 잠시 귀국하여 사역했던 1990년도 초중반에만 해도 심방이 참 많았었다. 특히 대심방 때는 하루에 20가정을 방문하는 것은 보통 일이었다. 심방 일정이 잡히면 새벽에 교회에 나와서 그날 심방할 각 가정마다 축복이 임하기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아파트 한 동에도 여러 성도님들이 살고 있었기에 심방은 맨 위층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집에 들어가 예배를 드리면 하나님께 드리는 축복기도도 좋은 내용이 아주 많이 있었고 설교도 힘차게 너무너무 잘 되었다. 준비하지도 않았던 축복의 말씀이 마구 쏟아져 나와 “와∼ 내가 목사 되기를 참 잘했다”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차 한 잔 대접 받고 5분도 되지 못해 다음 집에 갔는데 그 집에서는 어떤 찬송을, 무슨 설교를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집 주인에게 “평소에 무슨 찬송을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입안이 마르면서 설교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어쩌다가 내가 목사가 되어서 이렇게 힘들게 사는가?”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무슨 차이일까 며칠간 고심하던 중 조카 하나가 내게 수수께끼를 낸다고 다가 왔다. “큰 아빠, 콩 한말과 좁쌀 한말을 섞으면 몇 말?”이라고 묻는 말에 깨달음이 왔다. “그렇다! 콩 사이사이에 좁쌀이 들어가 끼어 있기에 두 말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우리가 가정에서 평상시에 하는 말이 우리가 사는 공간에 스며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평상시 그 가정에서 쓰는 대화가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고 축복해주고, 격려와 용기가 되는 말, 그리고 찬송이 그 집의 시공간에 스며들어 있다가 주의 종이 와서 축복의 말씀을 전하고자 하면 이미 하늘 문과 연결된 축복의 언어들이 쉽게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식구들끼리 늘 불평을 말하고 서로 원망하고 탄식 섞인 말로만 주고받는다면 그러한 생각과 말이 그 집안의 시공간을 가득 채워서 축복의 말을 전하기보다는 서로 욕하고, 흉보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 우리가 가정에서 식구들끼리 주고받는 말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가 보다. 아니 그 사람의 영성이 그의 언어를 통해 형성되는 것일 수도 있다.

성도님들을 위해 기도 할 때도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이 바로 그 이유가 아닌가 한다. 안수하여 기도할 때 사람마다 감(感)이 다르다고 할까? 외모가 참해 보여서 의도적으로 좋은 기도해주려고 손을 얹고 기도하다 보면 생각 같지 않게 기도가 잘 안되고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고, 별로 탐탁하지 않아 보여 보통대로 기도하려고 했는데 생각 외로 엄청난 은혜와 축복의 기도가 나올 때가 있는 것이다. 내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언어로 표현되어 시공간에 그대로 남아서 우리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가 보다.